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미술은행(Art Bank)- 이준희(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1-16 07:00:00
  •   
  • 메인이미지


    ‘미술은행(Art Bank)’은 정부 예산으로 공공기관이 미술품을 구입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전시하거나 빌려주는 제도로 일종의 예술은행이다. 미술문화의 대중화와 미술시장 활성화, 문화 향유권 신장 등을 목적으로 한 미술은행은 영국의 경우 1934년 영국공영컬렉션이, 프랑스는 1976년 국립현대미술기금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국내의 경우 침체된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기 위해 문화관광체육부와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으로 주관기관으로 2005년 3월부터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후 인천·전남·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 지역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 등을 위해 미술은행을 시행 중이다.

    창원문화재단도 2014년 미술은행 제도를 도입해 벌써 5년째 운영 중이다. 도입 초기는 ‘향토작가 예술작가 구입사업’으로 명명되었으나 2017년 ‘창원문화재단 미술은행 예술작품 구입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창원문화재단 미술은행은 연 2억원의 예산을 들여 창원·마산·진해지역 작가들과 출향·작고작가,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 등을 1·2차로 나눠 구매하고 있다. 지금까지 450점의 작품을 구매해 창원지역의 보건소, 주민센터, 성산아트홀 등 산하기관에 180점을 대여하고 나머지 작품들은 수장고에 보관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술은행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지역 미술인들의 창작의욕을 높이고 지역의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사업 취지와 지속성에 대한 의견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작품 선정 기준 등 운영방식을 놓고 지역·미술인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렸다.

    마산·창원·진해 지역미술협회를 통해 작품 공모를 받으면서 미협 회원 수를 기준으로 예산을 배정한 것과 작품 운영위원을 작품 구입 대상에 포함시킨 것, 특정 미술단체 회원으로 제한한 자격 조건 등이 논란이 되자 창원문화재단은 간담회를 열어 지역 미술인들의 의견을 수렴, 향토작가 예술작가 구입 대상 자격 조건을 ‘공고일 5년 전 창원시에 주소를 둔 미술인’으로 확대했으며, 지역미술협회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재단이 직접 작품을 구매했다. 또 작품구입심의위원회도 창원문화재단과 마산·창원·진해미협, 민족미술협회, 서예협회 등 미술단체 작가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추천인 5명으로 구성하는 등 심사에 공정성을 기했다.

    하지만 여전히 운영방식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직 혜택을 받지 못한 작가들이 있기에 현재의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격요건에 따라 5년간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골고루 구매했고 중복구매가 불가한 만큼 이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원문화재단 컬렉션전에서 만난 원로미술인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작품 수준이 와 이렇노! 영 형편이 없네. 이건 그래도 좀 낫네”라는 말 속에는 뼈가 있는 듯했다. 창원문화재단 미술은행은 이제 방향성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작품 수준이 좀 미흡하더라도 지역작가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공모를 확대해 미술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또한 창원문화재단 미술은행 예술작품 구입사업은 관련 조례가 제정된 명문법이 아니기에 안정적인 사업을 위해 일반법으로 전환하는 등 제도화가 시급하다.

    어떤 방식이 옳다고 답할 수는 없다. 다만 경남미술의 미래를 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좀 더 면밀히 검토하고 고민해야 할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준희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