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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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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자리- 조고운(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1-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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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위 0.1% 명문가들이 모여 사는 연합 주택이 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명문가의 자식이거나 의사 또는 교수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삶을 사는 이들은 자식들을 자신처럼 상류층으로 만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억대 코디를 영입하고, 불법적인 부정행위도 용납하고, 아이들이 계획대로 따라오지 않으면 학대까지 일삼는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스카이 캐슬’ 이야기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담이 있다. 높은 지위에 오르면,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고 성장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드라마 속에서는 이 말이 다르게 해석된다. 훌륭한 자리에 올라야 그에 걸맞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드라마 속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피라미드 꼭대기 자리에 올라가야 한다고 끊임없이 강요하고, 자녀의 공부를 위해 양심과 정의를 쉽게 저버리기도 한다. 그들의 목표는 좋은 자리다. 비단 이것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좋은 자리’란 자신에게 맞는 자리다. 욕망으로만 얻어낸 자리,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리는 ‘나쁜 자리’다. 우리는 그동안 ‘나쁜 자리’ 때문에 결국 자신도 다치고 주변도 힘들게 만드는 일들을 수없이 봐왔다. 이는 고위 공직일수록 더욱 그렇다. 앞서 우리나라의 수장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창원시설공단 이사장의 막말 파문이 그렇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맞는 자리와 아닌 자리를 분별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내게 맞는 자리’는 어떻게 찾을까. 신영복 선생은 사람이란 자기보다 조금 모자라는 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말한다. 자리가 사람보다 크면 사람이 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의 능력이 100이라면 70 정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자리가 적당하다고 강조한다. 반대로 70 정도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100의 능력을 요구받는 자리에 앉을 경우를 우려한다. 그 부족한 30을 채우기 위해 결국 거짓이나 위선으로 채우거나 아첨과 함량 미달의 불량품으로 파탄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깊이 새겨볼 말이다.

    조고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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