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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코끼리와 쥐의 시간- 김희진(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19-01-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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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속 시간에 관한 한 사람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약속시간보다 먼저 도착해 남을 기다리거나, 시간을 넘겨 남을 기다리게 하거나 둘 중 하나다. 길지 않은 사회생활 경험을 되짚어보면 재미있게도 이 두 부류의 특징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일찍 나오는 사람은 늘 일찍 나오고, 지각대장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급작스런 일이나 피치 못할 사정이야 논외지만, 자신의 시간을 갖느라 남의 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자주 잊는 사람은 아무래도 매력이 떨어진다.

    ▼남녀차별, 학력차별, 지역차별,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각종 불평등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그래도 성별, 나이, 지역, 직업, 신분 등에 구분 없이 평등하게 부여받는다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시간’이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우리는 물리적으로 똑같이 하루 24시간을 쓸 수 있다. 24시간 안에서 가치관이나 세계관 또는 습관에 따라 저마다의 속도로 걷고 말하고 먹고 일하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일본 생물학자 모토카와 다쓰오가 쓴 ‘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에 따르면 동물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 포유류의 심장박동 주기와 체중 사이에 공식이 성립되는데, 동물의 시간은 체중의 4분의 1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체중이 16배 많으면 시간(수명)은 2배 길어진다는 계산인데, 1~3년을 사는 쥐와 50~70년을 사는 코끼리의 삶을 심박수로 나누면 결국 같은 기간을 살다 가는 것이니 코끼리에게는 코끼리의 시간이, 쥐에게는 쥐의 시간이 있다는 말이다.

    ▼동물에게도 저마다의 시간이 있는데 사람의 인생이 저마다의 시간표를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의 가족이나 이웃이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고맙지만 남이 학교에 간다고, 취업을 한다고, 결혼을 한다고, 부모가 된다고 A도, B도 꼭 같은 시기에 같은 일을 하는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A의 시계는 A의 심박수에, B의 시계는 B의 심박수에 맞춰 가고 있다.

    김희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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