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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나순용(수필가)

  • 기사입력 : 2019-02-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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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는 무위자연 사상을 주창한 사람이다. 그중 ‘무위지치(無爲之治)’는 천하를 다스리는 위정자가 덕이 커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다스려지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노자의 대표적 정치철학이다.

    노자는 무위지치를 실현하는 방법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다. 먼저 통치자는 마음이 맑고 고요하며 물욕을 갖지 말아야 하며, 규제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공을 이루더라도 공치사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비록 중국의 고대 정치사상이라고는 하나 오늘날의 정치사회 현실에 비추어 깊이 되새겨 볼 만한 것이라 하겠다.

    정치는 인류사회가 형성될 때부터 생겨났다. 정치는 권력을 획득해 그 힘을 행사하는 일이다. 권력은 국민의 삶이 안정되도록 법과 도덕 위에서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써야 한다. 정치는 국민이 평화롭고 안전한 사회에서 순리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노자는 이상적인 통치행위를 무위지치로 표현했으나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위는 자연에 순응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창조적 활동이다. 그리하여 사람과 자연의 조화를 넘어 어떤 사물과도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상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무위의 정신이 복잡함의 극을 달리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도 적용 가능한 것일까? 수많은 법과 제도가 만들어지지만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 발맞추지 못한다. 오히려 여기저기 법과 제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무위의 사상은 최소한의 규제로 사람들이 마음 편히 생업을 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지 싶다. 국민의 생각과 위정자의 생각이 같아지는 지점이 많은 것,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무위지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세상이라 생각한다. 노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나 세상이 변하고 발전을 거듭해온 오늘날이나 그 근본 뜻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위가 대체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무위도식(無爲徒食)’이다.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다’는 뜻이다. 놀고먹는다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언제 한번 마음 놓고 쉬어 볼 짬조차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팔자가 좋아 보여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우리는 대부분 먹고살기 위해서 일을 한다. 일이 즐거워서도 하지만 일을 해야만 수중에 돈이 들어온다. 그 돈으로 가정경제든 국가경제든 유지한다.

    그런데 요즘 어쩔 수 없이 무위도식하는 사람이 많다. 거의 집집이 무위도식자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하지 않고 놀고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니다. 그들은 무위도식자가 아니라 밤낮 없이 취업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다. 이들은 벼랑 끝에 몰려 어떤 일자리라도 붙잡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이를 보는 사람은 안타까움에 가슴이 타들어간다.

    노자가 말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놀고먹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명예와 이익만을 좇아 힘이 있는 곳만 향해 살아가지 않음을 뜻한다. 권력에 빌붙거나 남의 것을 탐하는 삶을 경계하는 말이다. 오히려 도리를 지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일하는 적극성을 뜻한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하고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이런 날이 우리 젊은이들에게 빨리 왔으면 좋겠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만들도록 모두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집마다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별빛처럼 퍼지는 날이 오도록. 자기의 일에 열중하며 자족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생을 소박하게 꾸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으로 가득하기를 고대한다.

    나순용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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