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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블랙리스트와 체크리스트-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19-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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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방박사의 경배’와 ‘십자가 세우기’를 그린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역사와 종교화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바로크 미술의 거장이었다. 그런데 그의 작품 중 ‘시몬과 페로’는 여인의 젖가슴을 물고 있는 노인과 그 노인을 끌어안고 있는 젊은 여인이 그려져 있어 외설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노인과 여인의 행각을 퇴폐적인 성행위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을 자세히 보면 노인의 두 손은 뒤로 묶여 있고 여인은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이 그림에는 사연이 숨어 있다. 역모죄로 아사형(餓死刑)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 아버지를 만나러 간 딸이 몰래 젖을 먹여 아버지를 연명시켰고, 그 사연을 들은 왕이 딸의 효심에 감동해 아버지를 풀어주었다는 것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김태우 전 수사관이 환경부 감사관실에서 받았다고 폭로한 문건을 놓고 ‘블랙리스트’와 ‘체크리스트’ 논란이 일고 있다. 야권에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전 정권에서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표를 받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현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라고 말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같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여권은 환경부 문건은 산하 공공기관 관리·감독 차원에서 작성된 것으로 통상 업무를 위한 체크리스트라고 반박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과거 정부의 블랙리스트와 이번 환경부 리스트는 대상부터 다르다고 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민간인이 대상이고 환경부 리스트는 국민에게 책임지는 것을 본질로 하는 공공기관의 임원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문화예술계·환경부 리스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블랙리스트 또는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다. 시몬과 페로 역시 작품 배경을 아무리 설명해도 외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외설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

    허승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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