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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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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경청- 목계지덕(木鷄之德)- 박성홍(전 합천교육장)

  • 기사입력 : 2019-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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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대화’다. 이 대화를 더 효과적으로 가치 있게 하는 기법 중의 하나가 ‘경청’이다 경청은 기울어질 경(傾), 들을 청(聽)으로 상대의 말을 그저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기울이고 그 말 속에 숨은 뜻을 파악하며 듣는다는 의미다. 주의력을 환기시키는 대화의 기술로 경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장자의 달생편(達生篇)에는 닭싸움을 좋아하는 주나라 선왕(宣王)이 튼튼한 닭 한 마리를 구해 와 당대 최고 조련사인 기성자(記性子)에게 최고의 싸움닭이 되도록 부탁했다. 열흘 뒤 왕은 “닭싸움장에 내보낼 수 있겠느냐?” 기성자는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자신이 최고인 줄 안다”며 아직 멀었다고 답했다. 또 열흘 뒤 “이제 그 닭을 내보낼 수 있겠느냐?” “아직 안 됩니다.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의 소리와 행동에 너무 쉽게 반응해 인내심과 평정심을 길러야 합니다.” 다시 열흘 뒤 “이제 되었느냐?” “조급함은 버렸으나 눈초리가 공격적이라 눈을 보면 닭의 감정상태가 다 보입니다. 아직은 힘듭니다.” 마침내 40일째가 되던 날, 기성자는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상대가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위협해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편안함과 평정심을 찾았습니다. 어떤 닭이 도전해도 혼란이 없습니다. 마치 나무로 만든 ‘목계(木鷄)’가 됐습니다” 했다고 한다. 기성자는 싸움닭을 목계의 경지에 이르게 함으로써 자기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신뢰를 준 선왕에게 보답했다.

    오늘날 복잡 다난한 시대에 무엇보다 가족 간에 대화하며 경청하는 따뜻한 가정이 절실하다. 어렵고 힘든 일을 이야기했을 때 마음을 읽어주고 들어주는 부모, 부부가 필요하다. 귀로 듣는 것은 물론 눈과 가슴으로 듣는 것이다. 자녀가 이야기할 때 끝까지 듣지 않고 의사를 묵살하거나 부모 뜻만 관철시키려 한다면 자녀는 대화를 기피하고 반항심만 갖게 된다. 부부 사이에 바람직한 대화와 경청은 자녀와 부모 사이도 건강하게 한다. 입은 하나요, 귀는 왜 둘인가? 이 고사의 의미에서 보듯이 목계를 만든 기성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선왕의 지혜를 새겨보자.

    박성홍 (전 합천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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