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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화재시 청각장애인의 안전은?- 이진규(경남안전실천연합 사무총장)

  • 기사입력 : 2019-03-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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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김해 서상동 원룸 화재사고 현장에서 ‘불이야’라는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한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4살과 14살 남매가 미처 대피하지 못하면서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외국인도 이럴진대 농아인의 경우에는 더 심각할 수 있다. 아예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화재경보기나 사이렌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불이 보이지 않거나 연기를 맡을 수 없는 공간에서 미리 대피하지 못하면 큰 변을 당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등으로 취약계층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소화 시설과 장비는 더욱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장애인 공간이든 비장애인 공간이든 구분은 의미가 없다. 스프링클러는 기본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비용문제와 법과 제도 등의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 비용 등의 여러 난제를 현실적으로 바로 해결할 수는 없을까? 스프레이형 소화기, 휴대용 산소마스크, 방수포 등을 갖추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가지를 모두 갖추어도 10만원이 채 안된다. 가격대비 효과(성능)가 좋은 일명 ‘안전가성비’가 높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전국 등록장애인은 254만5637명이며, 경남은 18만3510명, 창원은 4만8984이다. 이 중 청각장애인은 경남 2만481명, 창원 1139명이 등록돼 있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지는 않다. 생물학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특히 재난이 닥치면 불평등은 더욱 커진다. 재난과 안전사고 앞에 누구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재난과 안전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대비와 대처가 다를 뿐이다. 부자는 방방마다 소화설비가 돼 있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먹고살기 바쁘기 때문에 소화기 하나 변변히 갖출 수 없는 형편이다. 부자는 운전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지만, 택배기사는 상자 한 개를 배달해야 기껏 800원 정도를 벌기 때문에 바삐 움직이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들다. 사회구조의 편차를 해결하지 않고는 안전사고 제로화를 이루기 힘들다.

    장애인의 안전인식은 낮은 편이다. 안전교육의 편차가 가져온 불균형이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사회참여 의지를 현저히 떨어트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장애인은 사고, 상해, 질환은 물론이고 자살문제에 있어도 불편을 안고 살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부르짖어야 할 것은 성평등만이 아니라 안전평등이다. 안전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수록 한국은 위기사회로 점점 기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안실련은 지난해 11월 30일 농아인협회 창원지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분기별 안전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수화통역사를 거치게 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수화통역사가 안전교육강사가 되는 방식과 함께 안전교육강사가 직접 수화를 배워서 강의에 바로 투입되는 방식을 진행해 나가기로 하고, 수화통역사 안전교육강사 양성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다. 기존 안전교육강사가 직접 수화를 통해 안전강의를 하는 것으로는 현재 경남안실련 소속 강사가 수화교육에 참여하여 초·중급 과정을 끝내고 고급과정을 수학 중이다.

    수화통역이 가능한 강사가 직접 청각장애인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이들이 교육을 통해 안전한 생활환경에서 사회참여의 의지를 가꾸는 것이 장애인복지가 향상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진규 (경남안전실천연합 사무총장)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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