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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사회적경제, 경남 경제에 희망 줄 수 있나-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활성화민관추진단 단장)

  • 기사입력 : 2019-03-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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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이탈리아 중북부에 있는 에밀리아로마냐 주는 이탈리아 20개의 주 가운데 가장 잘사는 주에 속한다. 특히 주도인 볼로냐 시는 유럽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도시다. 더구나 다른 도시에 비해 빈부의 차이도 매우 적다. 그런데 이 지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지역이었고 대기업도 없이 이룬 성과다. 비결이 무엇일까? 그것은 이탈리아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라는 것과 이들 협동조합이 중소기업들과 컨소시엄, 협업 등을 잘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북부에 있는 바스크 지역은 1936~1939년 스페인 시민전쟁 때 헤밍웨이가 공화파에 참여해 왕당파와 전투를 치른 경험으로 책으로 쓰고 다시 영화로 만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탄생시킨 지역이다. 전쟁이 끝난 후에 독재자 프랑코는 이 바스크 지역을 심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몬드라곤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자회사 등이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 스페인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잘사는 지역이 됐다. 특히 독자적인 사회안전망을 가지고 있어 기업이 파산해도 실업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북미 대륙에서는 캐나다 퀘벡 주가 그런 지역이다. 퀘벡은 캐나다에 속해 있으면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사용하고, 19세기에는 독립 문제로 서로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퀘벡 역시 이런 배경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지역이었으나 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을 통해 현재는 캐나다에서 가장 잘사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협동조합만 아니라 노동조합, 노동운동도 사회적 경제에 참여해 노사민정이 모범적으로 협력하는 곳이다.

    이렇게 세 지역의 공통점을 두 가지로 요약하면 이 세 지역 모두 한때 경제적으로 매우 큰 어려움을 겪었던 지역이라는 것과 지금은 협동조합을 비롯한 사회적경제가 매우 활발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업이 몰락하고 제조업이 어려워서 0%에 가까운 경제성장률, 높은 실업을 겪고 있는 우리 경남도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가 활발해지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사회적경제 기업들의 성과를 봐도 알 수 있다.

    정부가 2017년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경제는 고용창출, 고용안정, 소득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공동체 복원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산출액 10억원당 몇 사람이나 취업하게 하는지’를 나타내는 취업유발 효과가 일반 자본기업 법인보다 크다. 일반 전산업이 12.9명이었는데 협동조합은 38.2명이었다. 고용안정을 알 수 있는 ‘창업 후 3년 이상 지난 후의 생존율’에서도 일반기업이 38.2%인 것에 비해 훨씬 높은 90% 수준을 유지했다.

    자활기업, 사회적기업에 속하는 기업 중에는 취약 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다수 있는데 이 기업들이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군 지역에서 영화관람 사업을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은 문화 분야에서 발생하는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있다. 또한 마을기업의 경우 지역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를 함으로써 구성원 간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위기의 경남 경제에 희망을 줄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경남의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수, 종사자 등을 보면 타 시도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그러므로 경남도, 언론, 시민사회, 노동계 등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필요하다.

    정원각 (경남사회적경제활성화민관추진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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