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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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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내음- 홍진기

  • 기사입력 : 2019-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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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픔을 먹지 않은 내 시는 부실不實하고



    추위를 모르고 핀 꽃은 마냥 싱겁더라



    눈물은

    그래서 짜고

    꽃은 연년 향그러워



    가슴에 봄을 품으니 소매 끝에 향이 돌아



    산머리에 도는 구름 설마 혼자 왔을라고



    봄비가

    다녀간 자리

    천지 사방 꽃불인 걸

    ☞ 매화가 지나가더니 아지랑이 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복수초, 수선화, 살구꽃들이 차례로 피기 시작했습니다. 봄꽃들은 어머니가 밥을 푸듯, 겨우 내내 저장해둔 향기주머니를 여느라 매우 분주합니다. 노랑나비 한 마리가 즐겁게 날아오더니 대지의 친구들에게 카톡을 날렸는지….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나풀나풀 환하게 와있습니다.

    시인이 그려 논 <봄내음>을 만끽하며 동화적인 일상으로 안내합니다. ‘아픔을 먹지 않은 내 시는 부실하고’에서 역설과 역동을 봅니다. 쓰라린 아픔으로 불멸을 노래하였기에 시가 부실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나 봄내음을 발원하는 것입니다. ‘추위를 모르고 핀 꽃은 마냥 싱겁더라’는 그의 문장처럼 엄동의 혹한을 견디며 품어낸 향기야말로 온 세상을 따뜻하게 덮어 줄 것입니다. 경칩 날 언 땅이 꿈틀꿈틀 하듯이 우리의 발걸음도 가볍게 해 ‘봄비가 다녀간 자리’마다 ‘천지사방 꽃불’로 타오를 때까지 가슴을 활짝 열어봅시다.

    고운 아이의 해맑은 웃음 같은 행운이 태동해 천지사방 진한 향기로 노래할 것입니다. 봄꽃과 봄나물처럼 쑥쑥 자라나는 독자와 시인의 감성대화 가닥가닥이, 눈부신 시간 속으로 번져갈 것입니다. 임성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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