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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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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김명희

  • 기사입력 : 2019-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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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길바닥에 나앉았구나

    이 빠진 청춘과

    샛노란 추억의 갈림길에서

    구름 한 장 끌어다 덮고

    용케도 참고 있구나

    보도블록 틈새라도

    등때기 붙일 수 있어

    행복하다 고개 끄덕이지만

    흘러간 어둠과 눈물

    헛발로 맴돌지 않도록

    뿌리째 신경통 앓는

    무릎 사이

    하얗게 흔들리는

    봄볕이여

    ☞ 따뜻한 숨결로 언 땅을 깨우는 봄의 전령이 산야(山野)에서부터 도심까지 생명의 불을 지피며 우리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그렇지만 근래 들어 조간신문 기사를 통해 바라보는 이 땅의 흐름에는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맺히는 봄을 도무지 전망해 볼 수가 없음이 안타깝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에서 시인은 길바닥 보도블록 틈새 그 열악한 환경에서 돋아나 끈질기게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민들레를 통해 한때 젊었던 청춘이 이제는 ‘이가 빠지고 노랗게 빛이 바래져 가는 나이’로, 언젠가부터 삶의 궤도에서 이탈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항변해 보지만, 지나가는 인생의 봄날을 붙잡을 수가 없어 슬프다. 강신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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