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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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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뾰족하다- 차상호(정치부 차장)

  • 기사입력 : 2019-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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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가 뾰족하게 말했잖아!” 오전 8시에 유치원 버스에 타야 하는데 딸아이가 자꾸만 다른 옷을 입는다기에 ‘바쁘니까 빨리 고르라’고 했더니만 울면서 한 말이다. “아빠가 화냈어~”라며 울더니 이제는 뾰족하게 말한다고 그런다. 창의적이다. 맞벌이인 와이프가 나보다 출근 시간이 일러 딸 유치원 보내는 것 내 몫이어서 아침마다 티격태격한다. 새벽같이 일어나는 아들은 그렇지 않은데 딸은 아침잠이 많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직장에서 바쁘고 때로는 회식이나 연수, 뭐 이런 일들로 아이들만 집에 남겨지는 일이 많다. 초등학생인 아들 녀석은 부지런해서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일어나서 씻고 옷까지 입고 있다. 이른바 바른생활 어린이다. 고맙다. 반면 딸아이는 음~ 일단 잠이 많다. 그리고 옷을 오래 고른다. 유치원 체육복이 있는데 입기 싫어한다. 머리도 묶어줘야 한다. 솜씨가 없다 보니 머리 빗기다 몇 번을 울리는 아빠다.

    ▼바쁘게 아침에 보내놓고 나면 설거지와 뒷정리를 해놓고 출근한다. 늦게 마치긴 해도 10시까지 출근이니 아침엔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선배들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설거지 해줄게가 아니라 내가 설거지 할게란다. 그것도 틀렸단다. 말없이 설거지하란다. 훌륭한 조언이다. 요즘은 아들 녀석이 제법 컸다고 동생 하원하는 시간에 맞춰 나가서 집에 데리고 들어온다. 아직은 애들만 두기 불안하지만 고맙고 기특하다.

    ▼마음이 바쁘고 때론 ‘뾰족’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이렇게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선배들의 말을 들으면 갑작스레 쓸쓸해지기도 한다. 부모님 살아 실제 섬기길 다하여라는 말도 있지만 아이들이 함께 있을 때 잘하자는 다짐을 했다가 뾰족해지기를 반복하는 요즘이다. 그래도 퇴근하면 아빠~ 하면서 안기니 이것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아니라 확행이다. 마지막은 오래된 광고 문구로,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차상호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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