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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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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대세와 틈새- 안태홍(경남은행 상무)

  • 기사입력 : 2019-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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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던 지역경제에 다소 소망스러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전문 리서치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2018년 하반기부터 월간 세계 조선 수주량 1위를 한국이 기록하고 있고, 2019년 들어서도 2월에는 세계 선박 발주의 81%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다만, 조선업의 특성상 대형 조선사의 수주가 지역의 고용 유발과 협력 중소기업의 생산 물량 증대로 이어지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 소위 때가 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 경기의 악화에 따른 물류량의 감소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침체기를 맞은 조선업이 긴 터널을 지나 거의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이런 대세 산업들과 다르게, 디지털시대를 맞아 고객들의 소비 방식과 취향의 변화에 따라 명멸하는 산업들도 있다. 자동차만 보더라도 휴대폰 등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MP3나 CD와 같은 매체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내비게이션마저 휴대폰에 의해 밀려 나고 있다. 자동차엔진도 내연기관 엔진을 버리고 전기나 수소차량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상황이니, 그 수명도 결코 많이 남았다 할 수 없겠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도 틈새는 있다. 어떤 기업은 소량화, 고급화를 추진하여 마니아층을 만들고, 어떤 기업은 복고풍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눈길을 붙잡아 두고 있다. 디지털과 모바일의 세상을 일찍부터 인정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꾼 기업은, 하나의 식당도 운영하지 않지만 배달음식업계의 지배자가 되기도 하고, 방 한 칸 없지만 전 세계 숙박업계를 포괄하기도 하며, 한 대의 택시도 갖고 있지 않지만 세계 최대의 운송업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업들 모두는 도도한 대세의 흐름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틈새를 찾아 공략해 낸 것이다.

    대세의 흐름에서 틈새를 찾아내는 방법은, 실제로 접합된 물건에서 틈새를 만드는 현실 방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비틀어 보고 두드려 보고 일상적이지 않은 다른 도구로 그 틈을 벌려보는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것을 덧붙여 틈새를 만들어 내는 것도 발상의 전환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에어비엔비’, ‘우버’ 등은 같은 것들끼리 모으는 방식으로 그 틈새를 찾아냈고, 어떤 기업은 전혀 상상할 수 없이 다른 것들을 함께 모으는 융합의 방식으로 그 틈새를 찾아내기도 한다. 모바일과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는 서점업계에서 폭발적인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는 기업이 있다. 일본의 츠타야 서점이다.

    츠타야 서점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판다고 한다. 책을 분류하고 진열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책의 주제에 맞추어 다른 상품도 함께 진열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한다. 등산서적 코너에 등산장비와 등산복 등을 가져다 놓거나 암벽등반 강좌 수강권 같은 것을 함께 진열, 판매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그 코너에는 책 전문가인 사서를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등산전문가를 배치해 고객이 등산과 관련한 모든 자문을 한 군데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매출의 급성장을 이뤄냈고 지금은 서점에서 가전제품까지 판매하는 매장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으로 진화 중이다.

    지금 지역경제는 회복을 위해 기다리는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력업종 기업들이 잘 기다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 금융기관들의 조력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각 기업들이 기다림의 시간 동안 마음껏 각 사업에서 틈새를 찾고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고 금융기관 또한 희망이 젖지 않도록, 꿈은 펼칠 수 있도록 하는 ‘비오는 날의 우산’이 돼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 기업들의 간절한 기다림이 그리 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태홍 (경남은행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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