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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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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창원시립무용단, 3·15의거 기념 창작무용극 ‘소리없는 함성’

3·15의거에 아들 잃은 애끊는 모성, 온몸으로 표현
부정선거 등 6장면 구성…뮤지컬 보는듯
27일 오후 7시 30분 성산아트홀서 공연

  • 기사입력 : 2019-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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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립무용단 ‘소리없는 함성’ 리허설 현장./창원시립무용단/


    ‘어디로 갔을꼬…, 어디로 갔을꼬…/ 동네방네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데 어찌할꼬 어찌할꼬 내 아들아/ 이 어미의 가슴은 무너지는데 (중략)/ 피고름이 맺힌 발에 이 한 목숨 의지하여 널브러진 핏자국을 밟으며 가네/ 죽은 새끼 품에 앉고 무덤자리 찾고 파서 산 속이나 물 속이나 헤집고 다녀도/ 내 아들 주열인 보이질 않네~/ - 4장 ‘어디로 갔을꼬’ 노래 중 일부 -

    3·15 부정선거에 항거해 일어난 민주화 항쟁을 모티브로 한 창원시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소리 없는 함성’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창작무용극 ‘소리 없는 함성’은 3·15 부정선거와 경찰의 폭력에 저항한 시민들의 모습과 함께 아들(김주열)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권찬주 여사)의 애끓는 모성(母性)에 초점을 맞췄다.

    공연을 일주일여 앞두고 진행된 창원시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소리 없는 함성’ 리허설 현장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용수들과 출연 배우들은 예술감독(노현식)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며, 다양한 장면을 몸짓으로 표현했다. 극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1시간여 진행된 리허설은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로 긴장감과 비장함, 애절함이 장면 곳곳에서 묻어나면서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창작무용극 ‘소리 없는 함성’은 김주열 열사를 중심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심정과 절규를 극적으로 스토리텔링화한 작품이다.

    ‘3·15 선거’, ‘부정선거’, ‘시민들의 분노’, ‘김주열군 실종, ‘이별’, ‘승리의 함성’ 등 총 6장면으로 구성된 ‘소리 없는 함성’의 첫 장면은 아들을 잃은 어미가 영정(김주열) 앞에서 애끊는 심정을 독백으로 처리하며 시작됐다.

    마산 시장을 배경으로 ‘정부통령 선거가 있는 날’이라는 방송이 흘러나오면 무용수들이 군무로 선거 모습을 재현하고, 이어 개표소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밖으로 던지고, 테이블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정선거 일명 ‘깜깜이 선거’를 재현한다.

    ‘모두들 하나같이 광장으로 모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더 이상 이렇게 가만 있을 순 없어 저들과 함께 갈 거야’

    자유당의 부정선거에 분노하는 시민들과 주인공 주열의 갈등하는 모습이 오버랩되고, 마침내 결단을 내린 주열이 군중들과 함께 시위 현장에 동참하는 장면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무용수들이 군중들의 시위 현장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장면은 마치 거대한 물결이 요동치는 듯하다.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경찰이 주열과 학생들을 잡으려는 장면이 연출되고, 총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시민들이 잠시 두려움에 떨지만 이내 일렬로 당당히 서서 부정선거에 맞서 경찰과 대립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경찰에 두들겨 맞고 목을 조르는 장면,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가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수들의 실감 나는 연기는 보는 이의 가슴에 분노를 일게 할 만큼 리얼하다.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절규하는 김주열. 잠시 후 최루탄이 박힌 채 물 속에 잠든 김주열을 영상으로 비추면 아들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권찬주 여사)의 절절한 심정이 담긴 ‘어디로 갔을꼬’가 연습장에 울려 퍼진다. 이어 주열과 어머니가 꿈속에서 만나 부르는 듀엣곡 ‘볼 수가 없어요. 엄마 무서워요~’ 장면에서 모자가 부둥켜안은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주열을 꼭 껴안은 어머니, 큰절을 올리며 떠날 준비를 하는 주열, 비통함에 눈물을 삼키는 어머니, 다시 아들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는 어머니, 극의 하이라이트인 ‘이별’에서는 무용수들이 김주열의 영혼을 위로하고 달래주는 살풀이로 무대를 꽉 채운다.

    이날 리허설 현장에서는 볼 수는 없었지만 본공연의 마지막 장면 ‘승리의 함성’에서는 지역 100명의 시민합창단(창원시여성합창단·경상남도人합창단·그린쇼콰이어·창원시립합창단)이 출연해 승리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3·15 민주항쟁의 의미를 되새긴다.

    노현식 창원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지역에서 3·15 민주항쟁을 주제로 만든 뮤지컬, 연극 등을 모니터링했다. 창작무용극 ‘소리 없는 함성’은 기존의 작품과 달리 어머니의 모성애에 무게 중심을 두었다. 17세의 어린 자식을 잃은 어머니(권찬주 여사)의 애끓는 마음을 통해 3·15 민주항쟁을 보고 싶었다”고 작품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공연은 27일 오후 7시 30분 성산아트홀 대극장. 문의 ☏299-5832.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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