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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 창해유주(滄海遺珠) - 너른 바다를 다 뒤져 구슬을 찾으면서 구슬을 빠뜨리다.

  • 기사입력 : 2019-03-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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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른 바다에서 구슬을 캐겠다고 다 뒤져 캐지만 정작 좋은 구슬은 빠뜨리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 세상에는 훌륭한 인격이나 재주나 능력을 갖고도 알려지지 않고 숨겨져 있는 분들이 많다. 착한 언행을 하고, 지조를 지키고, 어려운 일을 묵묵히 감당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관공서나 기업체 등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를 뽑는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시험을 해서 채용하지만, 더 나은 인재가 뽑히지 않는 경우가 있다.

    모두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공정한 눈으로 사물을 대하겠다는 다짐과 신중한 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 말고는 없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창해유주’라는 말은 알았지만, 요즘 이 말의 뜻을 매우 절감하고 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고향을 위해서 뭔가 보답하겠다는 뜻에서 오랜 노력을 해서 ‘함안인물지(咸安人物誌)’를 편찬하여, 지난 2월 24일 함안고등학교에서 열린 필자의 연학후원회(硏學後援會)에서 무료로 배포하였다.

    역대로 함안에는 인물이 많이 나와 책이 400페이지에 달하게 되었다. 역사상 함안의 인물에 관한 자료가 들어 있는,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이 편찬한 최초의 지방지 ‘함주지(咸州誌)’를 비롯하여 ‘함주지’ 속지, 간송(澗松) 조임도(趙任道) 선생이 편찬한 ‘금라전신록(金羅傳信錄)’, 1920년대 전후에 걸쳐 편찬된 ‘조선환여승람(朝鮮?輿勝覽)’ 함안편, 1937년에 편찬된 ‘교남지(嶠南誌)’ 함안편과 지금은 함안에 합쳐진 칠원(漆原) 고을의 인문지리서 ‘칠원읍지(漆原邑誌)’ 등을 다 취합하여 인물을 뽑고, 모든 내용을 다 종합하여 모을 수 있는 자료는 다 모았다고 은근히 자부하였다.

    부록으로 ‘현대인물편’을 붙였는데, 그 자료는 군에서 제공하는 것을 수정 보완해서 만든 것이었다.

    2월 28일 중국 문화탐사를 가는 도중에 고전에 관심이 많은 김동래(金東來) 원장이 “교수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해도 됩니까?”라고 하기에 “좋지요!”라고 대답했더니, “이태준(李泰俊) 선생이 빠졌습디다”라고 했다.

    “아차! 문제가 심각하네”라는 충격적인 생각이 들었다. 함안 출신 의사로서 유명한 독립운동가로 몽골에서 의술을 퍼뜨려 ‘몽골의 슈바이처’라는 칭송을 듣는 분이 이태준 선생이다.

    그 뒤 생각해 보니, 빠진 분이 이태준 선생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역대 목사 가운데서 가장 훌륭하다는 손양원(孫良源) 목사도 빠졌다. 근세의 한학자로 20권이나 되는 문집을 남긴 일암(一菴) 문봉호(文鳳鎬) 선생도 빠졌다.

    바다를 뒤져 진주를 캔다고 캐면서도 큰 진주를 많이 빠뜨렸다. 독자 여러분들이 계속 적극적으로 지적해 의견을 제시해주면, 재판할 때 보충할 것을 약속드린다.

    * 滄 : 너른 바다 창. * 海 : 바다 해.

    * 遺 : 남길 유. * 珠 : 구슬 주.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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