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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누구의 꼼수일까?

  • 기사입력 : 2019-04-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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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오복 (사회2부)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찜찜한 이 기분은 뭐죠?”

    고성하이화력발전소 우회도로 건설 협상 지연에 분노한 사천시민 1000여명이 지난달 29일 거리로 나섰다. 하이화력발전 시행사인 고성그린파워(GGP)를 규탄하는 집회가 끝날 무렵, 지역구 여상규 국회의원이 느닷없이 나타났다. 여 의원은 우회도로와 관련해 GGP 임진규 사장과 송도근 사천시장, 이삼수 사천시의회 의장 등과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4자가 서명한 1차 합의서를 자랑했다. 합의문은 △부지 보상은 사천시가, 도로 건설비는 GGP가 부담한다 △노선은 별첨도면 대안1(4.3㎞) 또는 대안2(2.7km)로 한다(노선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경우 상호 협의 하에 정하기로 한다) △GGP는 다음 회의 때(2개월 내)까지 도로 건설비를 제시한다 등으로 돼 있었다.

    국회의원의 조정력이라 과시한 여 의원은 집회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를 기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 참석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무슨 진전이 있었고, 무엇을 합의했다는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GGP는 그동안에도 도로 건설비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 사천시가 공사비 358억원을 요구하는 반면, GGP는 139억원 이상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건설비 부담액을 명시하지 않은 하나 마나 한 조건을 적어놓고는 합의라고 우긴 것이다. 또 노선을 협의하겠다고만 했지, 언제까지 합의한다는 기한을 명시하는 조항도 없었다. 특히 2개월 내 도로 건설비를 제시한다고 했는데, 시나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도로 건설비는 노선이 확정되기 전에는 결정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한마디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2개월 동안 시민들의 입과 발을 묶어놓겠다는 속셈이다. 집회 이후 송도근 시장이 합의문에 서명 않고 몇 번이고 퇴장했다는 후문도 나돌고 있다 보니 GGP의 시간벌기 꼼수요, 여 의원의 치적쌓기용 생색내기라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어리석은 국민은 정치권력의 희생양이 될 것이고, 영민한 국민은 정치권력을 비판할 것이며, 용기 있는 국민은 이를 단죄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설 것이다’란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의 말을 새겨야 할 때다.

    정오복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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