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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혁신, 참 어렵다- 이종훈(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4-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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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라는 말이 있다. 갑자기 착하게 살려고 하거나,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일을 하려고 할 때 비꼬듯이 하는 말이다. 이 말은 사람이 변한다는 것이 죽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대표적인 발언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6년 전 독일 에서 발표한 ‘신경영 선언’이다. 그는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며 “나부터 변해야 한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품질 혁신, 능력 위주 인사제도 도입, 창의적인 조직문화 구축 등을 추진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기업으로부터 시작한 혁신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됐으며 경남도청을 비롯한 공직사회에서도 열풍이 불고 있다. 이른바 ‘혁신 시대’라고 불릴 만큼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살아 남기 위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경남도는 경제-사회-도정 3대 혁신을 내걸고 ‘완전히 새롭게’ 경남을 바꿔 나가고 있다. 경제혁신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 도정혁신·사회혁신추진단도 만들어 외부 인사를 대거 채용했다. 경제혁신은 스마트공장 도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 혁신이 주축이다. 도정혁신 분야에서도 회계문서 처리 절차 간소화, 당직근무제도 개선 등 새로운 공직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사회혁신 분야는 조직 구성 완료 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서두르는 감도 없지 않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급격하게 ‘혁신 드라이브’를 걸면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 더욱이 변화를 두려워하는 집단에서는 반발과 저항이 뒤따르게 마련이라 단기간에 시스템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혁신은 성공하기 어렵다.

    혁신을 몰아붙이다 실패한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조선 중종 때 조광조의 혁신정치에 반발한 훈구파들에 의해 발생한 기묘사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광조는 성리학으로 정치와 교화의 근본을 삼아 고대 중국의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하는 이른바 지치주의(至治主義) 정치를 실현하려 했으나 급진적인 면이 적지 않아 훈구세력과 대립하게 됐다. 조광조는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개혁을 몰아붙였다. 중종 14년 11월 11일, 조광조의 희망대로 중종반정의 정국공신 개정이 이뤄진다. 하지만 나흘 뒤 조광조는 체포된다. 한 달 후 그는 유배지에서 개혁을 미완성으로 남긴 채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한다. 기묘사화였다. 궁궐에서 ‘走肖爲王(주초위왕)’이 새겨진 나뭇잎이 발견됐다. 네 글씨의 뜻은 ‘조씨가 왕이 된다’는 뜻이었다.

    급격한 혁신도 성공하기 어렵지만 능동적이거나 자율성 없이 타의에 의해 변화해야 한다면 ‘혁신 바람’은 일회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통과 참여가 동반돼야 하며 적절한 완급조절도 필요하다. 더욱이 혁신을 주도해 나가야 할 공직사회에서 또 다른 혁신업무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 추동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혁신은 고통스럽고 힘들고 많은 시간과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구성원의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지역 사회의 관심과 응원이 있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으면 혁신도 또 다른 적폐가 될 수 있다. 참 어렵다. ‘혁신….’

    이종훈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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