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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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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0.3%의 희망가-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5-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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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쯤 마늘밭에서 100억여원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정말 쇼킹했다. 인터넷 불법도박으로 번 돈을 마늘밭에 묻어놓았다 구치소 출소 한 달을 앞두고 들통난 사건이었다. 굴착기에 나온 비닐봉지 속 돈은 5만원권이었다. 당시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5만원권 지폐가 보기 힘든 이유가 있었구나” 하며 비아냥했다.

    또 하나의 쇼킹한 점은 지난 2003년 4월에 있었던 400억원대 로또복권 당첨금을 한 명이 싹쓸이한 사건이었다. 열여덟 차례나 당첨금이 이월되면서 당첨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국민 모두가 매주 로또복권을 구매하며 당첨의 꿈에 부풀기도 했다. 끝내 강원도의 한 경찰아저씨가 엄청난 당첨금을 거머쥐며 로또의 부푼 꿈을 평정했다.

    왜 쇼킹한 얘기를 하는가 하면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불법 사행산업의 매출 규모는 단속에도 불구하고 늘어나고 있고, 또 합법적인 로또 판매액은 한 해 4조원을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로또에 스포츠토토까지 합한다면 8조원 이상을 상회하는 규모이다.

    불법 사행산업의 규모는 지난 2016년 170조원 규모에서 최근에는 210조원 이상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밝혔다. 합법은 지난 2016년 매출이 약 22조원 규모로, 10배 이상을 보이는 불법에 비한다면 초라한 규모다. 그래서 10년 전 마늘밭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합법적인 로또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해 로또복권 판매액이 4조원에 육박하며 로또 출시 이래 최대 판매기록을 경신했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로또 광풍이 일었던 2003년 3조8242억원보다 1416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로또복권을 구매하는 사람과 금액이 늘어났다는 점을 볼 때 또 한 번의 로또 광풍에 휩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립스틱 효과’라는 게 있다. 불황이 깊어질 때 립스틱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고급 핸드백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립스틱을 불경기에 더 많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불법도박과 로또만큼은 아니지만 불황으로 위축된 소비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현재 국내 화장품 소비가 10여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립스틱과 경기를 연관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불황기의 현상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불법이 성행하고, 로또 열풍이 다시 부는 것을 볼 때 경기가 좋지 않음은 분명하다. 아마 국민들이 어려움을 피부로 감지하는 현상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올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한국 경제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 하락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마이너스는 경제규모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해 고군분투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2.5% 경제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제 전반에 대해 점검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현재 중소기업들과 소상공인들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다. -0.3%에서 바닥을 찍고 성장의 토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간절하다. 로또복권을 사지 않아도 태평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전 강 준

    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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