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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20년, 경남기록물 관리 원년으로! (1)기록물 관리, 준비 안된 정부

관리업무만 지자체에 넘기고 기록물도 예산도 안넘기는 정부

  • 기사입력 : 2019-05-0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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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다. 미래를 준비하는 원동력이 된다. 흩어져 있는 기록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경상남도기록원이 지난해 지방에서 처음 개관했다. 지난 2007년 관련법 개정 이후 10년 만에 ‘기록물 자치시대’가 열린 것이다. 경상남도기록원에 대한 도민 기대는 높지만 법 미비, 국비 지원의 한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경남도기록원이 지난해 5월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국가기록원에서 관리돼 왔던 경남 중요 기록물을 자체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초가 세워진 것이다. 시설은 문을 열었지만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경남 기록물을 경남기록원으로 재이관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기록물 관리가 지방사무라는 이유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록원 건립에 국비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 경남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방 기록원 건립을 저울질하는 17개 시·도에게 모두 닥친 어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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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창원시 의창구 사림동에 문을 연 경상남도기록원 내 시군기록관 기록물 코너. 옛 경남보건환경연구원 시설을 리모델링해 현재의 경남기록원으로 개관했다./전강용 기자/

    ◆경남 자료 재이관 근거 없어= 과거 경남에서 생산돼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경남 기록물은 모두 23만여 권으로 건수로는 900만 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활용 가능한 스캐닝 자료는 3%에 불과한 7799권이다. 문제는 23만 권을 경남기록원으로 다시 받아올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법률 미비로 재이관받지 못하는 기관은 경남기록원을 비롯해 오는 5월 개관을 준비 중인 서울기록원도 마찬가지다.

    경남기록원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됐다. 지난 2007년 법 개정으로 광역지자체에 기록원을 의무적으로 두는 것을 규정한 후 10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정부는 자료를 재이관할 법적 근거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국가기록원은 지난해 경남기록원 개원 전부터 지방 기록원의 업무 범위와 역할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히고 있지만 법 개정은 올 들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가기록원은 올해 하반기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는 초기 단계로 부처 협의, 입법 예고,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 등의 절차가 남아있어 하반기에 법률적 근거가 마련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경남기록원, 수용 능력 없어”= 국가기록원은 법 개정을 통해 재이관 근거를 마련하더라도 23만 권의 경남 관련 기록물을 경남기록원이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남기록원이 수용할 수 있는 기록물은 56만여 권으로 일반문서 37만여 권, 도면 8만여 매 정도다.

    국가기록원이 파악한 경남 18개 시·군의 30년 이상 중요 기록물은 130만 권으로 경남기록원이 시·군 자료를 모두 이관받을 경우에는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23만 권을 수용할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은 “경남기록원은 우선 경남 각 시·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중요 기록물을 이관받아 보존해야 한다”면서 “국가기록원의 전문서고에 보존 중인 경남지역 생산 기록물 23만여 권을 재이관받을 경우에는 경남기록원의 기록물 수용 능력을 이미 넘어서는 상황”이라며 시설 확장이 선행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국가기록원은 분류 등 어려움을 들어 23만 권 일부가 아닌 전부를 한꺼번에 이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초 경남기록원은 원래부터 현재 규모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 경남도는 지난 2007년 12월 국가기록원의 지침에 따라 483억원의 예산으로 ‘경상남도 지방기록물 관리기관 설치·운영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하 2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5000㎡ 규모로 총 200만 권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사업비가 수백억원에 달하고 국가기록원 자료를 지자체로 재이관받는 만큼 국비 확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국비 확보 등 어려움으로 기본계획은 무산됐고, 경남기록원은 당초 계획보다 4분의 1 줄어든 규모로 기본계획을 다시 수립했다.
    정부는 법 개정 이후 기록물 관리 업무를 광역지자체에 넘겼지만 법률적 근거는 물론 예산조차 뒷받침하지 않았다. 경남도는 자구책으로 지난 2014년 서부청사로 이전한 창원시 의창구 사림로 옛 보건환경연구원 시설을 리모델링해 현재의 경남기록원을 개관했다.

    건립비 127억원은 대부분 도비로 충당했고 국비는 특별교부세 5억원이 전부였다. 예산 문제로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택한 경남기록원이 시·군에서 생산되는 기록물을 비롯해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경남 기록물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는 향후 시설 개선이 필수적이다.

    ◆국비 지원 필요= 지방 기록원 건립과 관련, 국비를 지원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은 경남뿐만이 아니다. 국가기록원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 ‘광역시도는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건립,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을 들어 광역지자체에 지방 기록원 설립을 촉구하고 있지만 지자체는 예산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도 대구기록원 설립을 위해 규모, 역할 등과 관련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수백억원의 예산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시는 60만~70만 권 규모의 대구기록원 건립비를 4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용역 결과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대구기록원 설립 예산은 400억원 이상 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액 시비로 충당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기록물 관리 업무를 지방사무로 규정하고 있어 국비 확보가 안 된다는 것이 자자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록이 지방에서 생산된다고 해서 지방사무로 보면 안 된다. 기록은 나라 전체의 근간이 되는 것으로 국가위임사무로 봐야 한다”면서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기록 관리 업무를 광역지자체로 넘겼지만 국비 지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지방기록원 건립에 지자체가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가기록원이 지방 기록물 관리기관의 활성화를 권장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예산 지원은 전무하다. 쉽게 말하면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육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셈이다”고 지적했다.


    박기원 기자 pkw@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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