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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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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78) 제24화 마법의 돌 78

“조선에는 검객이 없다”

  • 기사입력 : 2019-05-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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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인이 지나가면 침을 뱉고, 조선인이 물건을 사러 오면 퉁명스럽게 대했다.

    그는 키가 작고 허리에 칼을 찼다. 항상 일본 사무라이 미야모토 무사시의 후예라고 자랑했다.

    “조선에는 검객이 없다.”

    미야모토가 말했다. 그가 걸핏하면 조선인들을 멸시했기 때문에 하루는 밤길을 걷다가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되었다. 미야모토는 밤이라 범인의 얼굴을 모른다고 했다. 조선인들은 모두 고소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조선인들이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조선인들은 없어져야 돼.”

    미야모토는 손님들로 북적대는 이재영의 가게를 보면서 배앓이를 했다. 이재영은 대구와 부산을 비롯해 여러 곳에 삼일상회를 두었다. 가게가 17개나 되었다. 매달 대구 본가로 들어오는 수입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삼일상회에 손님이 많아도 쫓아낼 방법이 없었다.

    “조선 놈들이 돈을 벌다니….”

    미야모토는 이재영의 가게 쪽으로도 침을 뱉었다.

    “저놈은 불령선인(不逞鮮人)이야.”

    미야모토는 이재영에게도 눈알을 부라리기 일쑤였다. 공연히 트집 잡을 생각을 하던 미야모토는 창씨개명이 실시되자 이재영을 불령선인이라고 대구경찰서에 신고했다. 이재영은 대구경찰서에 끌려가 혹독한 고초를 당했다.

    “왜 창씨개명을 하지 않았나?”

    고등계 형사들이 매일같이 닦달했다.

    “조만간 할 생각이었습니다.”

    이재영은 조용히 대답했다.

    “어째서 기한 내에 하지 않았는가?”

    “어른들이 결정을 내리지 않아 못했습니다.”

    “닥쳐라! 고의적으로 창씨개명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재영은 경찰서의 차가운 유치장에서 열흘을 보냈다. 고문을 당하지는 않았으나 굴욕적이었다. 이재영의 먼 친척이 공산당 운동을 한 일이 있어서 사상범으로 잡아넣겠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다.

    “이상, 여기서 무얼하고 있소?”

    하루는 후지와라가 뜻밖에 면회를 왔다.

    “후지와라상, 여기는 무슨 일입니까?”

    이재영은 어리둥절했다. 가족들이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았는데 후지와라가 면회를 온 것이다.

    “그대를 빼내려고 왔지 무슨 일로 왔겠소?”

    “예?”

    “부인께서 우리 집에 와서 부탁을 했소. 부인에게 면회를 안 시켜주어 어쩔 수 없이 나를 찾아왔다고 했소. 그래서 내가 온 거요.”

    이재영은 비로소 류순영이 면회를 오지 않은 것을 이해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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