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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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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우리나라 여행] 수원 화성

풍경을 담다 자연을 닮다

  • 기사입력 : 2019-05-08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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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이다. 기착지로 가끔 들른 적만 있는 도시. 유명하고 갈 일은 많았지만, 막상 가본 곳은 없다. 수원 화성에 한번 가봐야지라는 생각만 했는데, 늘 그렇듯이 어쩌다 보니 오게 되었다. 사실 수원 말고는 교통편이 애매해서 달리 갈 곳도 없다.

    수원역을 빠져나와 수원 화성행궁을 목적지로 버스 노선을 찾았다. 거의 다 간다. 버스로 약 10분 내외의 가까운 거리다. 35번 버스를 타고 달리자 수원향교, 팔달산 지석묘군 등을 지나 팔달문이 보인다. 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게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 사이 홀로 떨어진 섬처럼 눈앞에 서 있다. 자신은 홍진과 다른 세상인 양 굳게 닫힌 문이 적막하다.

    잠시 후 ‘팔달구청, 화성행궁, 수원 성지’ 정류장에서 내렸다. 상징적인 이름이 많이 들어간 이곳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수원 성지 북수동 성당(구 수원성당)이다. 성당 입구에 표석이 서 있다.

    ‘정조 사후 천주교 대박해가 시작되면서 수원화성으로 체포돼 온 천주교인들이 이곳에서 심문을 당하고, 백지사형, 교수형, 물고형으로 순교한 곳이며, 수원화성 천주교 순교지의 중심지인 성지본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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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수동 성당.

    2000년 수원교구는 북수동 성당과 그 일대를 순교성지로 선포했다. 수원 최초의 고딕식 성당을 건립했으나 6·25전쟁 때 크게 파손되어 붕괴의 위험으로 철거하고 현재의 주교관 모양의 본당을 건립했다. 관의 중앙에는 본 성당의 주보성인인 ‘성 미카엘 대천사’가 있다. 내부에 들어서면 성당 특유의 엄숙함에 빠진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거쳐 종교와 예술을 하나로 빚는다.

    성지를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정류장. 횡단보도를 건너면 수원시립 아이파크 미술관과 화성행궁이다. 수원을 여행할 때는 ‘수원시 카톡 플러스 친구’를 권한다. 수원의 관광지, 상권, 문화공연 등 다양한 제휴처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당연히 시립미술관과 화성행궁도 그 대상이다. 수원화성, 화성행궁, 박물관 무료관람.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관람료 50% 할인. 한복 대여 할인. 청년몰 할인 등이 가능하다.

    시립미술관은 전시도 의미가 있지만 건물도 독특하다. 다양하게 층을 나누고 합쳐놓은 공간과 통유리 창 너머로 보이는 화성행궁이 이색적이다. 옥상에 올라서 내려다보니 전망도 훌륭하다.

    미술관을 나와 너른 광장을 걷는다. 정면에는 화성행궁이, 우측에는 방금 나온 미술관이, 좌측에는 공방거리가 뻗어 있다. 다양한 공방과 한복대여점, 카페 등이 있다. 그냥 지도로만 보고 행궁으로 향했다. 화성행궁은 한국의 행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웠던 곳으로 수원화성과 함께 다양한 의미를 지닌 건축물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많은 건물이 파괴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섰다. 그러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복원사업이 시작되어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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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행궁.

    행궁을 걷다 외곽으로 가면 공사 가림막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개인적인 감상은 그저 그렇다. 복원된 건물 특유의 깨끗함, 어색함, 이질감.

    골목길을 걸어 화서문(통칭 서문)으로 향한다. 주택 사이의 좁은 길엔 벽화들이 빼곡하다. 중간중간 흑백사진관, 카페 등의 공간이 있다. 부지런히 걷자 드디어 서문과 성벽이 보인다. 화서문은 6·25전쟁 당시 성벽 일부 외에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옆에 서 있는 공심돈은 화성의 상징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수원화성에서만 볼 수 있는 시설물로 공심돈이란 성곽 주변을 감시하고 적의 공격 시 방어시설로 활용되는 곳이다. 최초 성곽에는 3개의 공심돈(남공심돈, 서북공심돈, 동북공심돈)이 있었다. 남공심돈은 현재 전하지 않고 사각형의 서북공심돈과 원형의 동북곰심돈이 있다. 그러니 성벽에 오르기 전에 사진을 찍자. 반원형의 옹성과 화서문, 서북공심돈. 그 밑으로 난 차도가 재미난 그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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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곽.

    성곽을 따라 걷는다. 서포루, 서장대가 유명하지만, 팔달산을 오르는 건 힘드니까 패스. 서문에서 출발, 장안문을 거쳐 방화수류정까지만 가자. 성곽 위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남다르다. 길게 뻗은 성벽 위로 나부끼는 깃발들과 나무. 소란스레 달리는 차, 아이들 말소리, 카메라 셔터, 다양한 소리가 몰려온다.

    장안문이 보인다. 화성의 북문이자 정문이다. 성의 정문으로 한양도성의 숭례문과 비교된다. 조선 초의 숭례문에 비교해 규모가 크고 각종 군사시설을 갖춰 발전된 형태이다. 북문이 정문이 된 이유는 임금이 수원으로 들어오는 문이라서다. 역시 반달 모양의 옹성을 갖추고 있다. 성곽 밑에는 자동차뿐이다. 서문에서의 여유를 찾기 힘들다. 신호등에 따라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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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폭의 그림 같은 방화수류정 연못과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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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홍문 7개의 수문이 그리는 물보라가 인상적이다.

    장안문을 지나 어느덧 목적지다. 화홍문 7개 수문이 그리는 물보라와 용연 위 방화수류정은 그 자체로 작품이다. 많은 포토그래퍼가 찾아오는 이유를 알겠다. 푸른 하늘에 짙은 녹음. 작은 연못과 그 속의 섬. 모두를 아우르며 우뚝 솟은 정자. 군사적 목적뿐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그 아래 돗자리를 펴고 누운 아이들의 한때. 한낮의 오후에서 시작된 산책 겸 여행이 해가 넘어가는 순간 마무리되고 있다. 서서히 넘어가는 태양에 사물의 진성이 빛나는 시간. 빼곡히 사진을 담고 눈으로 찍으며 화성을 기억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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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훈

    △ 1991년 창원 출생

    △ 창원대 세무학과 졸업

    △ 산책·음악·사진을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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