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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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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로또로 기부하는 사람들-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5-28 20: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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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일 도로 옆 한 가게 앞엔 로또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이 가게는 로또 1등에 여러 번 당첨된 곳이다. 나도 가끔 1등의 기대를 안고 행렬에 끼여 보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복권은 오래전부터 부족한 재정을 보완해 국가의 중대한 사업 진행, 국민 복지·교육·의료 지원 등에 기여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1947년 12월 제14회 런던올림픽 참가 경비 마련을 위해 공식 복권의 효시인 대한올림픽위원회 올림픽후원권이 발행됐고, 1969년 9월 우리나라 정기발행 복권의 효시인 한국주택은행 ‘주택복권’이 발행됐다. 로또(온라인복권)는 지난 2002년 12월 건교부 등 10개 기관이 연합해 첫 발행했다.

    불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 지난해 로또 판매액은 3조9606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다. 복권을 발행·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소속 복권위원회 자료를 보면 로또 판매액은 지난 2007년 2조2646억원, 2009년 2조3494억, 2014년 3조410억, 2016년 3조5995억, 2017년 3조7973억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대단한 행운이 없으면 1등은 어렵다.

    복권위원회 자료엔 2002년 12월 제1회부터 2018년 12월 839회차까지 로또 1등 당첨자는 모두 5594명. 회차별로 평균 7명의 1등이 나왔고, 1인당 당첨금은 19억2000만원 정도. 2등은 회차당 평균 39명에 1인당 5800만원, 3등은 149명에 1인당 150만원이었다.

    로또 당첨금은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라 판매금액의 50% 정도다. 판매금액 1000원 중 410~420원은 복권기금으로 적립된다. 복권기금은 임대주택 건설 등 저소득층 주거안정 지원사업, 소외계층 복지사업, 과학기술진흥기금, 중소기업 진흥기금 등에 쓰인다. 이걸 보면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사실 익명으로 사회에 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다 로또에 당첨되고도 지급기한인 1년이 지난 미수령 당첨금은 법에 따라 복권기금으로 들어간다.

    복권위원회 자료에 로또 미수령 당첨금은 2015년 437억6800만원, 2016년 466억9700만원, 2017년 390억8700만원, 2018년 447억4800만원으로 대부분 연간 400억원이 넘는다. 복권수탁사업자 동행복권 자료에도 이달 11일 기준으로 2개월 내 만기 도래 로또 미수령 당첨금이 회차마다 7~8억원씩 쌓여 있다.

    그러나 미수령 당첨금은 복권 구매자를 위해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

    복권은 구매 시 복권기금으로 41~42%를 적립하고, 그후 당첨금에도 3억원 초과 땐 33%, 3억원 이하는 22%의 세금까지 뗀다.(5만원 이하는 비과세) 많은 금액이 복권기금에 적립되는지를 알고도 복권을 구매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지만 미수령 당첨금의 복권기금 적립은 지나치다고 본다.

    미수령 당첨금은 이월 처리 등으로 구매자들 몫이 돼야 한다. 가능하다면 번호 하나 차이로 당첨금이 턱없이 적은 2등과 3등에 더 배정되면 좋겠고. 로또 판매액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이참에 복권기금의 비율을 줄이는 것을 고려하는 건 어떨지.

    로또를 통해 익명으로 기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허철호 (사회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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