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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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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597) 제24화 마법의 돌 97

“고맙습니다. 사장님”

  • 기사입력 : 2019-06-02 19: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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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적이 아니라도 일본인의 짐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곳곳에서 일본인들이 습격을 당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남자는 살해당하고 여자는 겁탈을 당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정국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건국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조선총독부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는 기사가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9월8일에 해방군인 미군이 상륙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이재영은 미군이 상륙하면 정국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선의 해방은 미군에 의해 얻어진 것이다. 미국이 당연히 권리를 행세할 것이다.

    ‘미군이 상륙하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평양에는 이미 소련군이 입성했다는 소문도 들렸다.

    “사장님께서도 건준에 참여하시지요.”

    이재영이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박두영이 은근하게 말했다.

    “사람 참. 내가 무슨 덕이 있다고 건준에 참여하나?”

    이재영은 당혹스러웠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중요합니다. 사장님은 돈도 있고… 인심도 후하시니 사람들이 모두 따를 겁니다.”

    “나는 평범하게 장사나 하면서 일생을 보낼 생각이네.”

    이재영이 손을 내저었다. 그는 대중들 앞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국도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건준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장님….”

    박두영이 조심스럽게 이재영의 안색을 살폈다.

    “할 말이 있으면 말해 보게.”

    “사장님, 그러면 제가 사장님 대신 건준에 참여해도 괜찮겠습니까?”

    “자네가?”

    박두영의 말에 뜨끔했다. 박두영은 조용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뜻밖에 강인한 성품이었다.

    “저도 큰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사장님 때문에 이만치 컸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덕분에 전문학교도 나왔구요.”

    “자네가 성실했기 때문이지.”

    “제가 정치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나라를 세우는 데 초석이 되겠습니다.”

    “자네는 성인이고… 자네가 그러한 뜻을 품었다면 누가 만류하겠나? 힘이 닿는 대로 돕겠네.”

    “고맙습니다. 사장님.”

    박두영이 넙죽 절을 했다. 이재영은 그날 밤 잠이 오지 않았다. 박두영이 건준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뜻밖이었다.

    ‘나도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재영은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치는 성격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성격이 우유부단했다. 끊고 맺는 것이 분명하지 않아 류순영이 항상 답답하다고 말하고는 했다.

    “저런 양반이 장사는 어떻게 하는가 몰라.”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렸다. 그러나 원만한 그의 성품이 오히려 장사에 도움이 되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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