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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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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김경수 지사 신공항 입장은 뭔가-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19-06-10 2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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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수 경남지사에겐 수식어가 따른다. 대통령 ‘복심’이다. 정권 실세 중 실세란 말이다.

    살아있는 권력의 힘은 현실이 됐다. 1호 공약인 남부내륙 철도사업은 예비타당성이 면제됐다. 지지부진했던 숙원 사업을 취임 7개월 만에 단박 해결했다. 역시 공약이던 스마트 산단은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도청까지 방문해 정부 정책으로 선언했다.

    그런데 유독 영남권 ‘화약고’인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아리송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지사는 김해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과 한배를 탔다. 이 가운데 오거돈 부산시장은 노골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목을 매고 있다. 불과 3년 전까지만도 밀양 신공항 유치를 주장하며 부산과 사생결단 악다구니하던 경남도민은 입장을 바꿔야 할 우스꽝스러운 처지다.

    일각에선 부산 울산 경남 지자체가 실무적으로 불리한 만큼 국토부와 정면대결을 피하고 여당 정치권과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이슈를 키우고 있다는 말까지 한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 문제가 다시 커지는 점도 의문이다. 검증단 등은 시종일관 총리실로 이관해 결정해달라고 요구한다. 총리실만 가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저의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경남도가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어떻게 다뤄 나갈지 이제는 가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러나 두 달이 다 되도록 후속 조치가 없다. 도민 여론을 수렴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에도 묵묵부답이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는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 대국민 보고회’가 열렸다. 민주당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이 대거 참석해 세를 과시했다. 이 자리에서도 김경수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행사장에 입장하는 순간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대통령 최측근이 ‘큰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과 뜻을 같이한다는 동질감이다. 명분은 대국민 보고회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지역에서 동원한 주민이다. 이들의 바람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다.

    보고회 다음날 김 지사 행보는 납득하기 어렵다. 김해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검증단이 국토부 관계자에게 검증자료를 전달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검증단 단장인 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공항갑질’로 체면을 구겨 ‘말발’이 먹히지 않을 것을 우려했는지, 김 지사가 자청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검증자료 전달이 도청 출근을 미룰 정도의 사안인지 아리송하다. 부산과 울산시장은 참석하지도 않았다. 검증결과 전달을 위해 굳이 세종시에 있는 국토부 관계자들을 대거 서울로 불러 김 지사를 배석시킨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김경수란 존재감만으로도 국토부엔 적지 않은 압력이다. ‘대통령 복심’이 뒤에 버티고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그래서인지 이날 회동은 비공개에 부쳤다.

    그동안 보여준 정권 실세의 파워라면 신공항 문제도 충분히 조율 가능한 사안이다. 정책적 해결 방안을 제시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게 진정한 실세의 역할이다. 검증단과 국토부 주장을 공론화해 시비를 가리면 될 일이다. 굳이 총리실까지 동원해 난리법석을 피울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정쟁으로 몰아가는 데 편승한 모양새다. 특유의 선한 낯빛으로 논란을 부추기는 자리마다 모습을 드러내는 지사를 바라보는 도민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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