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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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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09) 제24화 마법의 돌 109

“이젠 해방이 되었잖아?”

  • 기사입력 : 2019-06-20 0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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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을 경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에 화신백화점과 같은 유수한 백화점이 있었다. 이재영은 화신백화점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12월이 되자 전국이 물 끓듯 했다. 미군과 소련이 신탁통치를 한다는 사실이 동아일보에 보도되면서 전국이 들끓었다. 정당과 학생들이 대대적으로 신탁통치 반대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세상이 왜 이렇게 어수선한 거야?’

    이재영은 불길했다. 신탁통치 반대운동은 아들 정식도 참여했다.

    “미국과 소련이 3년 동안 신탁통치를 한다는데 굳이 반대할 일이 있냐?”

    이재영은 정치는 어떻게 되어 가든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국이 너무나 어수선했다. 정국이 나쁘게 흘러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38선을 기점으로 북한에서는 소련군이 진주하여 인민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렸다. 미국과 소련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었다.

    일본이 물러가면서 공출이나 배급도 없어졌는데 물가도 계속 치솟았다. 특히 쌀값이 오르기 시작하여 사람들의 불만이 많아졌다.

    “아버지, 우리는 36년 동안이나 일본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정식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젠 해방이 되었잖아?”

    “일본에 지배를 받은 것도 억울한데 또 남의 나라 지배를 받아야 합니까?”

    “우리나라가 스스로 독립국이 될 수 있냐? 해방도 우리 스스로 쟁취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 우리나라는 우리가 다스려야 합니다. 그래서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공산당까지 반대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3년이라고 한다.”

    “3년이 30년이 되고 3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식은 뜻밖에 완강했다. 이재영은 정식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신탁통치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라가 세워지고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으면 상관없는 것이다.

    신탁통치를 반대하던 공산당이 갑자기 신탁통치를 찬성하고 나섰다. 공산당은 박헌영이 이끌고 있었다. 신문에 난 박헌영의 사진 옆에는 박동희가 있었다.

    ‘박동희가 공산당의 거물이 되었나?’

    이재영은 뜻밖의 일에 놀랐다. 민족 진영과 공산당 진영은 치열하게 대립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학생들은 몽둥이까지 들고 싸웠다.

    이때 송진우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면서 신탁통치는 국제 정세상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찬성하는 발언을 했다. 민족 진영이 일제히 송진우를 비난했다. 송진우는 12월30일 누군가에게 암살되었다. 그가 암살되자 정국이 더욱 요동쳤다.

    ‘어떻게 송진우를 암살하지?’

    이재영은 깜짝 놀랐다. 정식은 신탁통치 반대운동을 하다가 각목으로 머리를 얻어맞았다. 그는 대구로 가 당분간 쉬기로 했다.

    해가 바뀌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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