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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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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민주주의, 예술, 인문학- 안성진(마산청과시장(주)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19-06-20 20: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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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을 연구하는 일본인 큐레이터가 영화를 찍고 있는데 궁금해서 내가 물어봤다. “연기는 예술적인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대답은 이랬다.“쉽게 생각해서 삶의 모방이겠죠.” 그렇다.너무나 당연한 답이다. 예술적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연기는 타인의 생활과 인생을 따라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술의 경험에서 생각하면 다른 시각으로 보이게 된다.

    미술 작품을 만들거나 감상할 때 평소 막연하게 보고 있는 것과는 다른 방법으로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봐야 한다. 형태, 색채, 질감, 깊이, 분위기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일상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신선한 시각으로 자세히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배우들도 타인의 삶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느끼고 배경까지 상상해가며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미국 교육계의 선도자 마사 누스바움은 ‘학교는 시장이 아니다’라는 책에서 민주 시민에게는 사회를 예리하게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능력, 복잡한 세계를 잘 인식하고 지역의 집착을 넘어 여러 문제들을 더 세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능력, 그리고 타인의 어려움이나 다양한 경험을 공감하며 상상하는 능력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능력들과 예술과 인문학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도매시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제목이 기분 좋은 번역은 아니다. 시장도 학교가 될 수 있다. 원제는 ‘Not for Profit’ )

    민주 시민으로서 사회에 관여하기 위해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본인의 관습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시 새롭게 역사적인 배경과 세계정세도 감안하면서 주의 깊게 보는 게 바람직하다. 또 영화, 드라마, 연극, 소설, 만화에서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공감하게 된다. 이 공감 능력이 민주주의에 필요하다. 서로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전체적인 관점에서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서 토론이 필요한데, “다시, 주의 깊게” 듣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라고 공감하고 타협해야 한다. 건전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예술과 인문학이 아주 중요하다.

    안성진(마산청과시장(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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