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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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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스포츠 혁신도 즐거움과 감동이 있어야-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6-24 20: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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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가 운동에만 전념하던 학교 운동부 학생들에 대해 ‘공부하는 전문선수’ 육성을 통한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엘리트 체육과 학교체육 시스템의 대변혁을 예고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월 체육 분야 구조 혁신을 추진할 ‘스포츠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혁신위는 지난 5월 체육계에서 발생한 폭력과 성폭력 등 스포츠 인권 분야에 대한 예방책과 관련한 1차 권고안을 내놓았다. 이어 지난 4일에는 학교체육 정상화를 위해 엘리트 육성시스템 전면 혁신과 일반 학생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2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2차 권고안은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수업 후 운동을 하고, 주말 대회 참여 시 출전일수만큼 학생 선수·지도자의 휴식을 보장하며, 혹서기나 혹한기 대회 개최와 훈련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합숙소는 전면 폐지하고, 학부모의 비공식적 비용 갹출·지원과 학교 운동부 지도자에 대한 불법 찬조금도 금지토록 했다. 전국소년체육대회도 학교 운동부와 학교스포츠클럽이 참여하는 ‘통합 학생스포츠축전’으로 확대 개편할 것도 요구했다. 또 학교 스포츠가 경기실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체육특기자 시스템도 개선해 내신 성적과 출결, 면접 등을 반영한 종합적 선발시스템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혁신위의 권고안 기저에는 학교 내 스포츠가 기존 엘리트 선수 육성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학생선수는 공부하지 않고 운동만 함으로써 발생하는 학습권 침해와 학력저하, 체육특기생으로 선발되기 위한 학부모, 지도자, 대학 간 불공정한 거래, 성적을 위한 지도자의 반인권적 행위 등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깔려 있다. 이와는 반대로 일반 학생들은 과도한 입시에 매달리며 스포츠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학교 스포츠의 실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체육계는 ‘엘리트체육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혁신위의 권고안으로 운동하는 어린 청소년들이 꿈과 희망을 접거나 동기 부여 기회를 덜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트체육 출신 스포츠인들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체육현장의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재논의를 요구했다.

    스포츠를 미래 전문직업으로 삼고 꿈을 키우고 있는 상당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권고안이 비현실적이라며 불안해하고 있다.

    정치권은 그동안 올림픽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서 엘리트체육이 더 많은 국민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정치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생활체육보다는 많은 투자를 해온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엘리트체육 종사자들도 이 같은 성과에서 얻어지는 대학 진학, 병역혜택, 직장 운동부나 프로 진출 등 달콤함에만 빠져 폭력, 금품수수 등 각종 문제를 양산해 왔다. 국민들도 오랫동안 엘리트체육인들이 세계대회에서 보여준 우수한 결과에만 환호했을 뿐 이면에 깔려 있는 과정들에는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다.

    스포츠혁신위의 권고안으로 수십 년이 된 엘리트체육 시스템과 학교스포츠 문제의 근본적 개혁에 대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하지만 과정은 아쉽다. 혁신위 구성원에 스포츠인들의 참여가 적고, 더 많은 토론과 논의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미 길을 정해놓고 갈 길을 가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때론 상처를 과감하게 도려내 치료를 하는 방안도 있지만 먼저 확실한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을 찾는 것도 필요한 것처럼 혁신위와 스포츠인들이 중지를 모아 스포츠계의 혁신을 위한 확실한 진단과 처방을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는 싸움이 아니라 즐거움과 감동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현근(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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