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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5만원권-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9-06-27 20: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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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3일은 5만원권 지폐가 발행된 지 만 10년 된 날이었다. 10년 세월이라면 5만원에 얽힌 사연이 없을 수 없다. 2011년 전북 김제에서 있은 마늘밭 돈다발 사건은 유명하다. 인터넷 불법도박으로 번 돈을 마늘밭에 묻어놓았는데 그 금액이 5만원권으로 무려 110억원이었다. 범인이 교도소 출소 한 달여를 남겨두고 결국 들통났다. 또 서울에서 5552장의 위조지폐 사건도 터져나와 국내 역대 최대 규모 위조지폐 사건을 기록한다.

    ▼5만원권은 처음 발행 때부터 관심과 함께 우려가 있어 왔다. 5만원권은 검은 거래와 뇌물, 부정한 정치자금의 조성 등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래서 고액권 발행에 앞서 검은 돈거래의 폐습을 근절하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팽배했다. 고액권이다 보니 위조지폐가 나올 확률도 높고, 사과박스가 아니라 작은 비타씨 박스로 검은 거래에 이용될 수 있고, 고액을 땅에 묻기에도 좋은 게 단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권종의 85%가 5만원권이라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시중에 유통 중인 5만원권은 98조2000억원으로 금액 기준 전체은행권(지폐)의 84.6%를 차지한다. 장수 기준으로 5만원권은 19억6000장(36.9%)이 유통되고 있어, 1000원권(16억장), 1만원권(14억8000장)을 제쳤다. 당연 10만원권 자기앞수표 유통은 크게 축소됐다. 하지만 5만원권이 범죄수단에 악용되거나 비자금 조성 등 지하경제에 유입될 소지는 여전히 있다.

    ▼한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포도밭에 많은 보물을 묻어 두었다”고. 장례를 치른 아들들은 보물을 찾을 욕심으로 열심히 포도밭을 파헤쳤다. 하지만 얻은 것은 보물이 아니라 이듬해 더욱 탐스럽게 열린 포도송이였다.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 최고의 보물이라는 교훈의 얘기다. 5만원권이 나온 지 10년을 넘기면서 마늘밭도 나오고 포도밭도 그려진다. 10만원권 지폐 발행 얘기도 있고 하니 다음에는 어느 밭이 주목될지 궁금 속에 우려도 함께 한다.

    전강준(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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