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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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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한국정치에 필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법’-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9-07-21 20: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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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보도되는 소위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중 위장전입·부동산투기·편법증여 등을 통한 탈세는 단골메뉴이고 갑질과 각종 비리들까지 더해진다. 또한 유명연예인들의 도를 넘은 일탈행위도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여 일반국민들은 화병에 걸려버릴 지경이다. 2가지 사례를 통해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가자.

    첫째,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던 존 매케인(1936~2018.8.25. 향년 81세)과 그의 아버지의 독불장군 일화다. 존 매케인은 1958년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해군 조종사로 복무하다 1967년 북부 베트남에서 자신의 전투기가 격추당해 2년간 독방에 수감되는 비참한 포로생활을 겪게 되었다. 그곳에서 치료도 제대로 못 받은 채 구타와 고문을 받았고, 아버지가 해군 제독이 되자 북베트남 당국으로부터 선전용으로 조기 석방을 제안받았으나, “먼저 들어온 사람이 먼저 나간다”는 군대 수칙대로 먼저 잡힌 포로들이 모두 석방될 때까지 나갈 수 없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특히 해군 사령관으로 있던 아버지 역시 아들을 풀어주겠다는 월맹군의 제안을 거절한 채 아들이 잡혀 있던 하노이 폭격을 명령하기까지 했다. 말 그대로 그 아버지에 그 아들, 매버릭(Maverick) 부자였다!

    둘째, 스위스·핀란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법’ 이야기다. 스위스의 경우 교통법규를 어기면 소득수준에 따라 벌금이 부과되는데, 과속으로 10억원에 가까운 벌금을 낸 운전자가 있을 정도다. 핀란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법’은, 사회지도층이 더 솔선수범해야 사회가 발전하고 경제 활동도 더 윤택해진다는 조세철학의 산물이다. 그 법에 따르면 모든 벌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핀란드의 백만장자인 핀리틸라 그룹의 야리 바르 회장(당시 60세)은 지난 2009년, 제한속도보다 1㎞를 초과한 탓에 자그마치 2억원의 벌금을 냈다. 그러나 그는 그 처분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참다운 상류층 삶의 향기를 맡을 수 있어 훈훈하기는 한데, 우리 현실과 비교하는 순간 울화통이 치민다. 유럽의 귀족이나 미국의 상류층들이 대부분 국민들로부터 비판과 질시의 대상이 되지 않고 고마운 이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솔선수범 때문일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노블레스 No-오블리주’, 즉 상류층으로 진입하는 건 바로 의무를 벗어날 수 있는 권력과 기회를 획득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들은 의무는 ‘최선을 다해’ 회피하고 권리는 권한 이상으로 탐닉한다.

    한때 개인소득세 전국 2위라는 거부였던 채현국(현 효암학원 이사장, 1935~)옹은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노인이라고 봐주지 마라” “우등생은 아첨꾼이 되기 쉽다” “서울대학교는 97%의 아첨꾼을 키워냅니다. 왜냐면 ‘우수하다’ ‘똑똑하다’는 것은 먼저 있는 것을 잘 배운 것이니, 잘 배웠으니 아첨 잘할 수밖에요”라고 호되게 비판한다.

    국회 청문회장에서 하나같이 둘러대는 “난 몰랐다”(불교에서는 모르고 지은 죄가 더 크다. 『미란다왕문경』) “그럴 의도가 없었다”는 등 구차한 변명에도 이골이 나버린 지 오래다. 나쁜 놈들이라고 한탄만 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그 사람의 의도를 알지 않고서도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 이것 하나면 된다.

    그게 뭘까? 바로 현재까지 기부나 선행한 이력을 보면 끝난다. 현재에는 전과기록과 병역 등 범법행위에 대한 이력만이 강제되고 있으나, 오히려 세상을 대하는 그의 선행에 대한 행적이 자질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겠는가. 누가 이 법을 만들어내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보아야 하는 이유다. 아니 우리가 힘을 모아 하루빨리 만들어내야 한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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