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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목민심서 필사로 청렴을 배우다- 김차영(김해시 인재육성지원과장)

  • 기사입력 : 2019-08-12 20: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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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때 한 농부가 밭을 갈다가 옥을 얻었는데 이를 공자의 제자인 자한에게 바쳤으나 자한은 받지 않았다. 농부가 “이 옥은 저의 소중한 보배입니다. 받아주소서”라고 하자, 자한은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으니 내가 옥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다 보배를 잃는 셈”이라고 말했다.

    송나라 자한의 일화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역작 목민심서 2편 율기 2조 청심(淸心)에서 역설하고 있는 ‘대탐필렴(大貪必廉)’, 즉 큰 일을 꿈꾸는 욕심쟁이(공직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한다는 교훈을 잘 나타내고 있다.

    김해시가 최근 다산의 뜻을 이어받아 청렴한 큰 욕심쟁이가 되려 하고 있다. 허성곤 시장을 비롯한 전 공무원들이 48권 16책으로 구성된 목민심서를 이어 쓰며 청렴을 다짐하고 김해의 독서문화 확산에 앞장서기로 한 것이다. 목민심서 필사 릴레이를 통해 말 그대로 청렴한 공직자의 길을 걷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셈이다. 김해시의 목민심서 이어쓰기는 지난달 22일부터 오는 8월 30일까지 6주간 계속된다.

    목민심서는 다산 사상의 핵심이 되는 책으로 ‘백성을 보호하지 못하면 아무리 요순의 법이라도 실시할 곳이 없을 것이다’라는 관점에서 눈앞에 병들어 죽어가는 백성들을 긴급히 구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엮은 것이다. 전라도 강진에서 18년간 귀양살이를 하고 있던 중에 집필을 시작해 57세에 완성했는데, 학문적으로 가장 원숙해가던 때에 이뤄져 정약용 사상의 정수를 담은 저술이라 할 수 있다. 정약용이 이 책을 저술한 까닭은 단지 조선의 피폐한 사회상을 고발하고자 한 것만은 아니었다. 당대의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조선 후기의 제도와 법령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따라서 현대에 이르러서도 현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한 경륜이 담긴 탁월한 사상서로 인정받고 있다.

    최근 독립선언문 필사, 플라스틱 제로 챌린지, 스마트터치 릴레이, 제로페이 결제 릴레이 등 최초 실행자가 다음 실행자를 지목해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릴레이 문화가 신드롬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런 사회 현상 속에서 지난해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했고 ‘책의 수도’를 표방하는 김해시에서 2008년부터 진행 중인 김해시 올해의 책 독서 릴레이는 12년간 13만여 명이 참여할 정도로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올해의 책 독서 릴레이를 통해 이미 릴레이 문화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김해시인 만큼 이번 목민심서 이어쓰기도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에 긍정적 반향을 불러올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해시 올해의 책 독서 릴레이에서 목민심서 이어쓰기까지 의미 있는 릴레이가 김해에 건전하고 올바른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다.

    김차영(김해시 인재육성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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