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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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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54) 제24화 마법의 돌 154

“오늘 밤에 사장님을 모실게요.”

  • 기사입력 : 2019-08-23 07: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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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심에게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미국에서 들여온 화장품 냄새다. 어쩌면 향심이 속옷까지 미제를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술이며 담배, 여자들의 옷까지도 미제 열풍이 불었다. 미군을 상대로 하는 술집이 성업을 했으나 그들이 갑자기 철수하자 찬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그들이 남기고 간 풍속이 여전히 유행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향심이 이재영에게 몸을 기대왔다. 국회의원 정태식과 치안국장 이종일도 기생들을 껴안고 그녀들의 몸을 만지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엉덩이를 더듬고 가슴을 만졌다. 기생들은 그럴 때마다 까르르 웃어댔다. 조선시대 기방 풍경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왜 그래?”

    “오늘 밤에 사장님을 모실게요.”

    향심의 목소리가 은밀했다. 이재영도 향심의 둔부를 쓰다듬었다. 이재영도 남자인 것이다.

    “그래도 되나?”

    “미월언니가 사장님을 모시라고 그랬어요.”

    이재영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미월이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그녀의 눈앞에서 향심을 데리고 나갈 수는 없다. 미월이 아무리 기생이라도 눈에서 쌍심지를 돋울 것이다.

    “미월이 말은 그래도 좋아하지 않을 거야.”

    “그럼 몰래 만나요. 내일 낮에 어때요?”

    향심의 입술이 그의 귀에 닿았다.

    “어디서?”

    “내일 낮에 전화 드릴게요.”

    “3시쯤에야 시간을 낼 수 있어.”

    오전에는 항상 사무실에서 보고도 받고 결재를 했다.

    “그럼 방을 잡아놓고 전화할게요.”

    “알았어.”

    이재영은 향심과 약속했다. 정태식과 이종일은 밤이 늦어서야 기생들을 데리고 요정에서 나갔다. 그들은 다투어 이재영에게 허리를 숙이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들은 이재영에게서 돈도 받고 여자도 상납받은 것이다. 여자들에 대한 화대는 미월이 챙겨 줄 것이다. 이철규도 이재영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이제 겨우 조용해졌네요.”

    이재영이 내실로 들어가자 미월이 꿀물을 타가지고 들어왔다.

    “손님들이 모두 갔나?”

    이재영이 꿀물을 마셨다.

    “몇몇 손님이 있지만 파장이에요.”

    미월이 이부자리를 펴주었다. 이재영은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웠다.

    “나는 아직 잘 수 없는데… 손님들이 다 가지 않았어요.”

    “괜찮아. 나 먼저 잘게.”

    이재영은 자리에 누웠다. 취기가 몰려와 금세 잠이 쏟아졌다. 정태식과 이종일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이재영도 술을 많이 마셨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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