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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지소미아와 한미 관계-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8-28 20: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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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 미국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재고를 촉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동맹국을 향한 외교적 수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실망했다는 표현을 쓰면서 미국과 동맹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고위공직자는 지소미아의 효력이 실제로 종료되는 11월까지 (종료 결정에 대한)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최대 적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삼각동맹에 균열이 생기게 되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지만 주권국가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고육지책(苦肉之策)의 성격이 짙다.

    우리 안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일본의 태도 변화나 미국의 적극적 중재 노력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시작된 갈등 사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화 노력이나 외교적 해결 시도를 번번이 거부했다. 미국 역시 우리 정부의 여러 차례 관여와 중재 요청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카드가 당초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도로 칼집에 칼을 집어넣을 경우 일본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음직하다.

    국민들의 반일감정도 감안했을 것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한 언론사의 설문조사 결과 지소미아 종료가 ‘잘한 결정’이라는 긍정 평가는 54.9%, ‘잘못한 결정’이라는 부정 평가는 38.4%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명한 것은 자국 우선주의와 한일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누구보다 철저히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특히 수십년간 동맹인 한국에 대해 외교·경제·안보 등 전 분야에 걸쳐 압박하면서 실리 추구에만 급급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만행과 한국민의 정서는 한일 관련 정책 결정 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한국을 동맹국이 아니라 속국으로 여기고 있다는 자괴감마저 갖게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냉혹한 국제관계 속에서 영원한 우방도, 적대국도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자주국방, 남북통일 실현의 의지를 다져야 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근 “우리는 한미 동맹을 혈맹(血盟)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미국은 철저하고 냉혹한 국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우리는 자칫하면 미국에 예속되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보복당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념적 이분법에서 벗어난 국익 중심의 새로운 외교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이 국격과 위상에 맞는 당당하고 떳떳한 자세를 가질 때 국익을 더욱 제고할 수 있다는 의미로 자신감을 갖고 한·미 관계 현안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람직한 한미 관계 정립을 위해 되새겨봄직한 말이다.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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