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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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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성찰(省察)-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9-10-01 20: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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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성찰(省察)’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성찰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 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다. 그는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성찰이라는 단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현직 장관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고 지적하자, “저와 제 가족의 일로 국민에 심려끼쳐 너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성찰하면서 업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자신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현장의 검사 팀장과 전화 통화를 한 데 대해 야당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물론 제 처가 전화를 걸어왔고 (몸)상태가 매우 나빴지만 그냥 끊었었으면 좋았겠다고 후회한다. 성찰하겠다”고 했다. 이어 전화를 받은 검사가 압력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는 “그게 불찰이라면 성찰하겠다”며 또다시 ‘성찰’을 언급했다. 조 장관은 지난 18일 취임인사차 정의당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점을 충분히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두차례 성찰을 언급했다. 지난달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과거사에 대한 반성은커녕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수출 규제로 대응하고 있는 일본을 사실상 겨냥해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 위에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의 가치를 굳게 지키며 협력할 때 우리는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성찰은 ‘자기의 마음을 반성하고 살피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 포털 지식백과에는 ‘자신이 한 일을 깊이 되돌아보는 일’이라고 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 장관이야 워낙 ‘입 성찰’이니까 넘어가더라도, 문 대통령이 두 차례 언급한 성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일본을 겨냥해 언급한 성찰은 국내는 물론 유엔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백 번 공감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조국 일가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 대해 언급한 성찰은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자들은 몰라도 나머지 국민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으로 보면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고질적인 병폐인 피의사실 공표와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 이상으로 조국 일가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현 상황에서 검찰에 대한 성찰 요구는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었다는 지적이 높다.

    만약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성찰 요구가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 지난해 말 목숨을 끊은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다 2017년 11월 목숨을 끊은 변창훈 검사 사건이 터졌을 때 나왔더라면 전 국민으로부터 지지와 환호를 받았을 일이다.

    이 전 사령관이나 변 검사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사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다. 조국 사태로 나라가 둘로 쪼개져 있는 이때, 내라도 잠자리에 들기 전 성찰의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이종구(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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