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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680) 제24화 마법의 돌 180

“고맙습니다. 어르신…”

  • 기사입력 : 2019-10-02 08: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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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집에서 잠을 자겠다는 말이다.

    서울은 아직 피란민이 돌아오지 않은 집들이 많았고 인민군의 가족이나 부역을 하다가 북으로 달아난 사람들의 집도 비어 있었다.

    “집은 없소?”

    “폭격 때문에 불에 타서 폐허가 되었습니다.”

    여자는 말을 조리 있게 잘했다.

    “남편이나 친척들은 없소?”

    “남편은 경찰관이라 인민군에게 잡혀가 총살되었습니다. 가마니에 싸서 지게를 빌려 산에 묻었습니다.”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이재영은 가슴으로 찬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여자가 울자 아이들도 울었다. 여자가 아이들을 끌어안고 달랬다.

    “남편이 언제 변을 당했소?”

    “7월 16일입니다.”

    “사정이 참 딱한 것 같소. 어디 친척집이라도 갈 데도 없소?”

    “없습니다. 구걸을 하는 수밖에… 식모살이라도 해야 하는데… 아이들 때문에… 저 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재영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말자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시오. 나도 인민군을 피해 숨어 있다가 오늘에야 돌아왔소. 내가 밥을 할 줄 모르니 부인과 아이들이 당분간 내 집에 머물면서 밥을 해주는 것이 어떻소? 약간의 사례는 해주겠소. 부인이 떠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떠나도 좋소.”

    이재영은 말자 대신 여자를 집에 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겠습니다.”

    여자의 얼굴이 밝아져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합시다. 이름이 어떻게 되오?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약간은 알아야 하지 않겠소?”

    “김경숙입니다. 집은 의정부입니다. 남쪽으로 피란을 가다가 강이 끊어져 내려가지 못하고… 숭인동 빈집에서 지내다가 남편이… 석 달 동안 구걸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아이들은?”

    “미란과 미애입니다. 큰 애가 미란입니다.”

    이재영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자는 고생이 많았던 것 같았다.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오. 이름은 이재영이오. 집사람은 몇 년 전에 죽고 아이들이 셋이 있소. 큰 애는 장가를 갔고… 그렇게 알고 편히 지내시오.”

    “고맙습니다. 어르신….”

    “나도 밥을 하고 빨래를 해줄 사람이 필요하오. 서로 돕고 삽시다.”

    이재영은 김경숙과 아이들을 그의 집에 거주하게 했다.

    서울은 차츰차츰 피란민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생기고 가게도 하나둘씩 문을 열었다.

    국군과 미군은 평양을 수복하고 북으로 진격했다.

    이재영은 미군이나 유엔군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되었다. 미국이 대대적으로 군대를 파견하여 위기에 빠져 있던 한국을 구원해주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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