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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절반만 성공한 안심전환대출-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9-10-07 20: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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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없는 서민들이 내집 장만을 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서다. 주택담보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금리가 낮은 편이지만 금액이 커 이자 부담이 크다. 그래서 0.1%라도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을 찾아다니는 대출자들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변동금리 및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1% 후반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그것이다. 파격적으로 낮은 금리에 총 공급규모한도(20조원)보다 3.5배 넘게 신청(73조9253억원)이 몰려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금융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시작부터 잡음이 많았다.

    먼저 ‘서민형’ 논란이다. 자격조건이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부부합산소득 연 8500만원 이하다. 집값이 비싼 서울의 주택 중위매매가격(중간가격)이 6억4710만원이고,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월 474만여원으로 연봉 5700만원 정도다. 이보다 훨씬 높은 집값과 소득을 기준으로 잡고 서민형이라고 했으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하나는 무주택자와 고정금리 대출자에 대한 역차별이다. 치솟는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빚내서 집을 산 유주택자에겐 낮은 금리로 갈아탈 기회를 준 반면 전세·월세살이로 떠도는 무주택 서민과 기존 고정금리 대출자들에 대한 안심대출 자격을 원천적으로 박탈해 형평성 시비를 낳았다.

    그보다 더 큰 논란은 총선용 표심 잡기 의혹이다.

    금융당국이 안심전환대출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때부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행보란 뒷말이 무성했다. 부동산대책으로 가계대출을 옥좨 오던 정부가 갑자기 저금리 대환을 제공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수도권에 사는 30~40대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서민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안심전환대출이 가능한 주택 가격의 마지노선을 9억원으로 끌어올린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정부의 뜻하지 않은 수요예측 실패로 다소 희석됐다.

    신청액이 공급한도를 크게 넘어 지원대상 커트라인은 주택가격 시가 2억1000만~2억8000만원의 구간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높은 인터넷 신청 비율(88%)과 막판에 신청을 간소화해 받은 점 등을 고려해 이탈률(지원대상 선정됐으나 요건 미비 및 포기)이 최대 40%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커트라인은 2억8000만원 선에 그친다. 최소 20만명 이상이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됐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국가 정책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돼야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수요예측 실패 등 정책 기획과 집행과정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면 그 정책이 선의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대출자 개개인의 이해와 직결된 만큼 정책 입안자는 관련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뒤 보다 구체적으로 플랜을 짰어야 했다.

    결국 커트라인에 든 누군가는 저금리 혜택을 입게 됐지만 탈락하게 된 누군가는 정부에 불신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게 됐다.

    양영석(편집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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