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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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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히말라야 레에서

- 하순희

  • 기사입력 : 2019-10-24 07: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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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등짐 위에 업혀서 건너는 강

    얼음장 깨고 물속 건너 맨발로 걷고 걷는

    목숨은 하늘에 걸고 헤쳐 가는 벼랑길

    어린 손자 따라서 열흘을 꼬박 걸려

    한눈팔 겨를 없이 배 곯아도 웃으며

    배움이 그곳에 있어 오로지 가는 길

    “올 때 힘들었어 안 힘들었어 그거 생각해”

    잘 해야 돼 포옹하며 먼 훗날 기약하는

    뜨거운 삼대의 눈물 설산을 녹여 흐른다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 산맥의 라닥(Ladakh) 지역에 위치한 ‘레(Lah)’의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을 마음으로 쫓아가며 고단함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아버지 등짐 위에 업혀서 건너는 강’엔 삼대까지 전해지도록 뼈아픈 꿈이 흐릅니다. 배움의 간절함은 얼음장 밑 맨발의 벼랑길에 목숨까지 바치는 길입니다. 고통 속에도 꽃같이 피는 뜨거운 서정과 “올 때 힘들었어 안 힘들었어 그거 생각해”라고 말하며 담는 고봉그릇이 있습니다. 발바닥이 짓물러터지도록 힘들게 온 학교와 집으로 돌아갈 길이 더 막막하지만 고진감래의 교훈입니다. 배움으로 세상길을 환하게 밝히라는 희망과 당부 말씀의 저장창고입니다.

    하순희 시인의 작품 「학교 가는 길」을 감상하면서, 히말라야 ‘레(Lah)’의 아이들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필자의 70년대 학창시절을 빛바랜 앨범으로 펼쳐봅니다. 책보따리 한 쪽 어깨에 걸고 등짝으로 넘겨 맨 남자아이들과 허리에 찬 여자아이들이 깔깔깔 웃습니다. 십 리 산길을 걸어 학교 가는 아이들의 천진함이 선명합니다. 배곯고 허리띠 졸라가며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시조시인 임성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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