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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경청과 소통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19-12-01 2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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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 지도자는 망망대해를 헤쳐 나가는 배의 선장에 비유된다. 선장은 변화무쌍한 기상 현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한 곳곳에 숨겨진 암초를 피해가야 한다. 배가 난파하거나 좌초하지 않고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 선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힘을 모아 노를 저어야 함은 물론이다. 국가지도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예측하기 힘든 국내외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시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사회의 역량을 모으고,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면서 시대적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출발점은 무엇이 문제인가를 발견하고, 해결을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 경청이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추진하려면 지도자의 언행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절대적이다. 시민과 전문가, 관료들이 지도자를 믿고 따라야 리더십이 발휘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가 시민의 신뢰를 얻고, 국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소통 메시지의 구성과 전달 방식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지도자로서 보여준 소통 현장과 메시지를 살펴보고, 긍정적 측면과 개선점을 알아본다. 첫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가 지난주 부산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향한 동행, 모두를 위한 번영’이라는 이번 회의의 슬로건처럼 한국은 아세안과 더욱 풍요롭고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 것을 밝혔다. 10개국 정상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아세안은 우리나라 무역에서 중국에 이어 2위다. 미국보다도 큰 규모다. 미중 무역 갈등에서 보듯이 주변국의 협력이 가변적인 상황에서 아세안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남방정책의 중요성이 커진다. 아세안에서 한류의 문화경제적 영향도 상당하다. 그런 만큼 아세안을 중시하고, 수평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문 대통령의 소통 메시지와 친근한 접근 방식은 긍정적이다. 참가국들도 국제무대에서 존중받았다고 평가했다.

    둘째, 미국과 일본 등 전통적 우방과의 관계에서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 종료, 수출 규제 철회 등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분담을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3차 협상에서 미국 측이 현재 1조원 수준에서 5배가 넘는 5조8000억원(50억 달러)을 요구하면서 회담장을 벗어났다. 미국 내에서도 지나친 비용 요구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워싱턴 4차 협상에서 상호 수용 가능한 합리적 수준의 논의를 기대한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사이의 문제이지만 미국 측의 관심이 매우 큰 이슈다. 문 대통령이 일본의 백색 국가 제외와 수출 규제 철회를 조건으로 종료를 연기한 것은 한미일 세 나라의 입장이 두루 존중된 제안이다. 발표 시기를 지소미아 협정 종료 직전으로 잡은 것도 유연한 대응이다. 우방국과의 윈윈(win-win) 추구 자세를 보여준 문 대통령의 예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수상의 균형 잡힌 반응을 기다린다.

    셋째, 국내 활동에서 문 대통령이 보여준 경청과 소통의 리더십은 다소 개선의 여지가 있다. 먼저 지난달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과의 대화’ 생중계는 연출되지 않고 진솔한 경청과 소통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답변이 청년과 중소 상공인에게 현안 해결에 대한 확신을 주기에는 미흡했다. 또한 국회가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 법안을 패스트 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점도 아쉽다. 물론 해당 사안의 논의는 국회의 몫이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는 주요 현안에 대해 경청하고 소통할 권리와 책무를 부여받았다. 따라서 의사가 환자의 아픔을 잘 살펴보고, 원인을 파악해서 치료하듯이, 대통령은 정치 현장에서 이견(異見)을 제시하는 반대 측의 목소리를 잘 경청하여, 소통하고 포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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