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0일 (수)
전체메뉴

비비비 - 최영철

  • 기사입력 : 2019-12-05 08:00:41
  •   

  • 땅의 위급함을 알고 웅성웅성 하늘 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구름들이 한꺼번에 돌격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제 큰 몸으로 아래 것들을 다치게 할까봐 흐린 장막을 펼쳐놓고 사흘 낮밤 제 몸을 잘게 나누고 부순 뒤 그것도 모자라 또 사흘 낮밤 가장 물렁한 물이 되기를 기다려 지금 저렇게 앞 다투어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타닥타닥 하늘과 땅이 이마를 부딪치며

    자꾸만 얼싸안는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었다


    ☞ 비가 오는 이유를 여러 번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시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시를 읽기 전까지는 왜 비가 그렇게 잘게 부서져 내리는지를 알지 못했다.

    땅이 어려움에 처한 걸 알고 사흘 밤낮으로 몸을 부수어 부드럽게 만들고도 또 걱정이 되어 가장 물렁한 몸으로 앞 다투어 달려오는 존재가 있어 땅은 그렇게 뭇 생명을 키워내고 어떤 어려움도 견디며 세상을 존재케 하는지를 몰랐다.

    하늘과 땅이 한 몸으로 얼싸안고 위로할 때 아무리 힘들어도 새로운 힘이 되고 생명은 계속해서 자란다. 이 간단한 상식을 언제부터 우리는 잊어버리고 아니 잃어버리고 사는 것일까. 상식의 시대가 상실의 시대가 아니기를, 12월의 찬바람이 아무리 세차게 불어도 서로의 체온으로 이 세상을 따뜻하게 데울 수 있기를. - 이기영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