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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농민수당, 이제 시작이다- 이인규(소설가)

  • 기사입력 : 2019-12-05 20:2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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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추운 날씨 속에서도 전국의 농민 5000여 명이 정부의 농정을 성토하기 위해 서울에서 상경집회를 가졌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작금의 농산물 가격 폭락,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변동직불제 포기 등에 강한 의문과 불만을 제기하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농가소득은 20년째 제자리걸음이고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으로 전락했다”라고 말한 가톨릭농민회장의 말이 서늘하다. 집회에서 농민들은 정부에 농산물 공공수급제와 농업예산 대폭 확대 그리고 농민수당의 전격적인 시행을 주장하였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그렇다고 치고 제1야당은 당리당략을 내세워 민생법안 통과를 비롯한 국회 본의회를 무산시키고 있으며, 나머지 정치권도 현재의 농촌문제에 관해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필자는 그들의 요구 중 ‘농민수당’에 집중하고자 한다. 농민수당은 아시다시피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보상, 증진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평생 동안 농업·농촌을 지켜온 농민의 권리를 찾고, 농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농업정책이다. 필자는 대략 2년 전부터 이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귀촌인으로서의 한계와 개인 자격 등으로 쉽지 않았는데, 대신 이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시행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그들이 우리 지역의 농민회이다. 그들은 농민수당 주민청구 조례제정 청구인명부를 산청군에 접수한 이후로 지난 8월1일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해 284명의 수임인이 등록하였으며, 4618명의 서명을 받았다. 실로 놀랍고 경이로운 결과였다. 농민회 회원들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 논과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일일이 찾아가 서명을 받는 등 그들로서는 초인적인 노력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단체인 ‘목화장터’ 회원들의 수고와 유기농의 메카 ‘쿠바’처럼 농사짓기를 꿈꾸는 ‘자연농법연구회’ 회원들의 도움도 컸다. 특히 몇 년 전 분열된 농민회를 재건하여 하나로 묶고 이 모든 일을 진두지휘한 정상준 회장과 젊은 나이에 도시로 나가지 않고 부모님을 도와 딸기농사에 전념하는 총각, 이종혁 사무국장의 노고가 누구보다 컸다.

    농민회가 제출한 주민청구 조례안은 농가가 아닌 ‘농민’을 지급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월 지급액을 10만원 이내로 제시했다. 10만원이라니, 이 글을 읽는 도시의 고액연봉 직장인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는 금액이지만,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우리의 먹거리를 오롯이 천심(天心)으로 생산하는 사람들에겐 매우 큰돈이다. 필자와 아내 역시 귀촌한 이래, 비닐하우스에 고추, 상추를 키워 팔아봤지만 연 300만원의 소득밖에 올릴 수 없어 지금은 포기하고 각각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녀 두 명이 있고, 시골이지만 여러 가지로 돈 들일이 있기 때문이지만, 농민수당이 실현된다면 아내와 필자는 다시 유기농 비닐하우스로 돌아갈 것이다. 이제 전국의 농민이 생산하는 먹거리로 밥먹고 사는 우리 모두는 각성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날 집회에서 전여농 회장이 한 말로 칼럼을 맺는다. “정부는 농민수당 지급을 통해 농업의 공익 기능을 담당하는 농민을 애국자로서 대우해야 하며 농민은 이것을 요구할 당연한 권리가 있다. 우리는 2020년 총선을 계기로 농민수당을 국가정책으로 현실화시킬 것이고, 여야 각 당은 농민수당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인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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