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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저출산이 오히려 축복이다!-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공인회계사)

  • 기사입력 : 2019-12-08 20: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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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 인구동향에 따르면 2018년 출생아 수가 32만6900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고, 2018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마침내 1 미만으로 떨어져버렸다. 이 출산율 꼴찌라는 사실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곧 한국은 인구 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출산율 하락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2136년 한국의 인구는 지금의 5분의 1도 안 되는 10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혹자는 스파르타가 망한 것도, 로마가 멸망한 것도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전례를 든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100년 뒤를 예상하면서 그 잣대를 단순한 인구 숫자로만 비교하는 게 과연 맞는 분석일까? 그 반대다.

    첫째, 고대 스파르타나 로마 시대에는 전쟁도 모두 사람이 주무기였다. 이제는 어떠한가. 핵무기 하나가, 무인 전투기 하나가 수천·수백만의 군인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이다. 세상이 바뀌었고 기술이 바뀌었으니 그에 따른 중요한 원인 변수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실물 인간의 숫자뿐만이 아니라, (과학과 기술의 힘에 의해 만들어진) 아바타(Avatar) 같은 의제인간까지 포함한 전체를 놓고 분석과 판단을 해야 한다.

    둘째, ‘노동의 역설’, 즉 ‘뱀의 입’ 현상이다. 과거에는 경제규모와 고용규모가 정비례하여 경제성장의 크기에 따라 고용의 규모도 커졌다. 그러나 미래의 고용형태는 꼭 경제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 자동화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 때문에 기업규모나 매출이 커진다고 해서 고용이 늘지는 않는다. 지금도 구조적 실업 문제 등으로 청년일자리가 없으며, 노인층의 일자리는 물론이고 체력이 넘치는 청장년층의 일자리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이니 스마트 공장이니 하는 자동화 붐이 일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적극 장려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수명도 계속 길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학계·언론 등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구절벽에 대한 심각성만 부각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이유로 인구가 줄어들면 내수시장 규모가 줄어들게 되고, 청장년 1인당 부양해야 할 노년층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든다. 부분적으로는 논리가 맞다. 그러나 한 걸은 더 나아가 냉철하게 짚어보면 틀렸다. 현재에도 청년일자리마저 없어 난리이고 앞으로 고용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청년인구수가 늘어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안정된 직업을 가진 극소수의 축복받은 사람들 외에는 나그네 신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 노년층을 부양하기는커녕 청년들은 자기 자신 앞가림하기에도 벅차다는 말이다. 결국 고용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은 사회에 짐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화를 강조하면 고용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둘은 상극이다. 그런데 정책당국자들은 자동화도 강조하고 고용규모도 중시한다. 정부는 재계의 오너들을 불러 고용규모를 늘리라고 압박한다. 그러나 기업은 자동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고용규모보다는 자동화를 통한 고용축소에 목숨을 걸 것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출산장려를 한답시고 온갖 혈세를 쏟아 붓고 있으니 도대체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출산 장려정책의 동력을 청·장년 및 노인층의 일자리 창출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미래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2050년이 되면 성인 인구의 불과 5%만으로도 기존의 산업 영역을 차질 없이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당장 30여년 뒤에는 현 인구의 5%만으로도 세상이 굴러간다는데, 인구가 줄어들어야 더 바람직한 것은 아닐까? 그래야만 사회 문제가 더 원활하게 해결되는 게 아닐까?

    이상준(한울회계법인 대표·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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