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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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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슬로시티 김해, 분성산 생태숲에서- 하성자(김해시의원)

  • 기사입력 : 2019-12-08 2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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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를 온통 쫓기듯 보낼 수만은 없지 않은가, 올해를 돌이켜보니 서두르는 마음에 몸이 앞서고 다리는 뒤처지는 걸음새였다.

    빠른 걸음이 나쁜 건 아니지만 남들과 보폭을 같이 하지 않으면 왠지 낙오된 느낌이 드니 문제다. 문명에 길들여진 때문이리라. 인간이 만든 문명이 오히려 인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만 같아 속상하다. 삶의 질은 중요하지만 인간이란 속성을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2018년 기준 8만5000명을 웃돌아 전국에서 인구수로서 가장 큰 동(洞)인 김해시 북부동은 과밀한 삼계지역마저 도시가 혼잡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데, 그것은 도심 가운데 흐르는 해반천과 분성산 생태숲을 곁에 둔 덕분이리라.

    나서서 3분이면 김해공병탑에 닿는다. 한 굽이 돌아들면 초록이랑 조롯한 장군차밭을 만난다. 소나무를 타고 잽싸게 오르내리던 청설모 두 마리가 속닥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서로 쫓느라 여념이 없다. 오리나무 단풍잎을 흔들고 와서 볼을 스치는 바람결도 발길마다 가닥가닥 새로운 공기일 터이다.

    1951년부터 45년간 김해육군공병학교 자리였던 분성산 생태 숲은 산림 생태가 잘 보존된 곳으로 조성된 황톳길마저 자연인 듯 다가오는 곳이다.

    산 아래를 향하면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싶은 문명이 유혹하고, 바로 옆을 둘러보면 천사의 날개 같은 천혜의 자유와 평안을 깃들일 수 있으니, 문명과 자연을 동시에 향유하며 분성산 생태탐방로를 천천히 걷는 맛은 일품이다. ‘치따슬로(Cittaslow) 김해’의 멋이 분성산으로 인해 두드러진다.

    김해시는 2018년에 국제슬로시티연맹에 가입해 ‘도시와 농촌, 빠름과 느림, 첨단과 옛것, 자연과 기술의 조화’를 통해 슬로시티의 진정한 가치인 ‘사람 중심’을 실현하기 위한 ‘김해 슬로라이프 4.0’을 선포했다.

    ‘균형 있고 조화로운 김해! 행복으로 물들다’라는 슬로건처럼 질주하는 문명에 맞춰 그 빠름을 쫓아 가는 내 삶도 ‘슬로’ 란 여유로 물들이고 싶다.

    하성자(김해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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