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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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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가 연초담배보다 우리 몸에 덜 해로울까?

한국 “전자담배, 중금속 등 독성물질 검출”
연초담배 이상 몸에 해롭다는 여론 형성
영국 “간접흡연 피해 적고 타르 등 거의 없어”

  • 기사입력 : 2019-12-08 21: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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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담배 피우는 것보다야 나을 거 같아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흘러나올 법한 말이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 관련 정책의 증가로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전자담배는 정말 일반 담배보다 인체에 덜 유해할까?’는 첨예한 문제다.


    세계적으로 전자담배의 유해성과 유용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자담배에도 중금속이나 포름알데히드 같은 독성물질들이 검출된다는 유해론과 연초(煙草)담배(일반 담배)의 독성에 비해 10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므로 ‘못 끊겠으면 바꾸라’는 옹호론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자담배에서도 니코틴은 물론이고 각종 위해 물질이 발견되므로 담배 이상으로 해롭다는 주류 여론이 형성돼 있지만, 영국의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2015년 영국보건국은 “전자담배는 전통적 연초담배에 비해서 95%가량 더 안전하다”고 평가했고, 이후 영국 왕립 의사회는 전자담배를 기존의 니코틴 패치나 껌 같은 보조제처럼 금연의 보조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8월 영국 하원의 과학기술위원회는 전자담배에 대한 최신의 근거들에 기초한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여기에는 국내의 정서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주장들이 담겨 있다.

    전자담배에는 간접흡연 피해가 거의 없고, 흡연의 대표적인 독성물질인 타르와 일산화탄소가 거의 없으므로 당장 금연이 어려운 흡연자에게 금연으로 가는 징검다리로 권장해야 한다는 강조한다. 또 연초담배 대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자담배의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들도 담겨 있다.

    같은 제품을 두고 한국과 영국의 입장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비교 대상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국내 언론과 학계가 만들어 내는 전자담배 유해론은 비교 대상이 ‘비흡연’이다. 반면 전자담배가 유익하다는 영국 정부의 입장은 비교 대상이 ‘연초담배’이다. 전자담배에서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이나 중금속이 발견되면, 한쪽은 비흡연보다 ‘해롭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연초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한다.

    “사람들은 니코틴 때문에 흡연하는 것이지 타르로 인해 죽고 싶어 흡연하는 것이 아니다.” 전자담배를 통한 유해 경감(harm reduction) 이론을 주장하는 마이클 러셀(Michael Russell)의 말이다.

    들어가긴 쉽지만 좀처럼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것이 흡연의 세계다.

    니코틴의 중독성은 개인차가 심해서 쉽게 끊는 이도 드물게 있긴 하지만, 암 수술, 심장마비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고도 원점회귀를 반복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니코틴은 중독성은 높지만 발암물질이 아니며, 반감기가 짧아 체내에 축적되지도 않는다. 이전에는 니코틴을 얻기 위해 불필요한 연기(타르)를 마셔야 했다면, 전자담배의 등장으로 거의 순수한 니코틴만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초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로 갈아탈 경우 독성물질 노출이 10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최근 미국에서 전자담배 사용자 중 폐렴으로 인한 사망 사례 18건이 보고됐다. 현재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환자의 80% 이상은 마리화나(THC) 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 사용자이며, 액상에 대한 관리가 철저한 영국의 경우 유사한 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기존에 안전하다고 알려진 전자담배 자체 성분인 프로필렌글리콜이나 글리세린 등을 폐로 흡입했을 때의 추가적인 위험성 부분이다. 전자담배 사용자의 폐렴 유발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결과가 역학조사를 통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금연학회 지침에는 이미 전자담배를 사용 중인 흡연자라면 연초담배로 돌아가는 것은 금하라고 권하고 있다. 연초담배든 전자담배든 해로운 것은 사실이므로 건강을 생각한다면 행복지수 1위, 은둔의 나라 부탄처럼 흡연 자체를 불법으로 만드는 것이 최선의 정책일 것이다.

    정오복 선임기자 obokj@knnews.co.kr

    건강관리협회 2019년 건강소식 11월호 정유석 단국대병원 금연클리닉 담당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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