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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난도질 당한 의령군 예산안

  • 기사입력 : 2019-12-19 07: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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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호 철 사회2부
    김호철 사회2부

    의령군의 내년도 예산안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차별 삭감됐다. 지난 17일 의령군의회에서 26개 부서가 편성한 262개 사업예산 274억7657만2000원 중 무려 174억433만7000원이 삭감되면서 해당 사업들이 ‘올스톱’ 됐다.

    이 같은 초유의 사태는 손태영 의장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 4명과 민주당 의원 1명 등 5명이 주도해 한국당 4명을 누르면서 현실화됐다. 이번 예산안은 군의회 상임위원회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본회의까지 줄곧 마찰이 일었다. 5명은 ‘대규모 삭감’을 밀어붙였고, 4명은 ‘삭감 완화’로 저지하는 형국이었다. 결국 의장이 예산 삭감안을 직권상정해 5대 1일이라는 일명 ‘쪽수 대결’로 일방적으로 의결했다.

    삭감된 예산은 왜 삭감됐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한 숙원사업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중증장애인 이동목욕차량 운영비 지원 6200만원, 정부 공모사업 동부지역 수영장건립 15억원, 국비 전액 지원 사업 의령테니스장 및 정구장 조성 6억4000만원, 주민이 건의한 사업의 실시설계용역 1억원 등을 전액 삭감한 것은 ‘예산 삭감 명분’과는 거리가 멀었다.

    무소속 의원들이 밝힌 예산 삭감 명분을 요약하면 ‘이월된 사업이 많아 그것부터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에 다른 사업을 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확인 결과 이는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령군의 명시이월사업 규모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고, 타 지자체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안이 무차별 삭감된 이유는 ‘삭감 항목’을 보면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 1000만~2500만원짜리 수의계약사업이 삭감됐는데, 이들 사업은 이전에 읍면에서 포괄예산으로 교부받아 진행하던 업무였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선두 군수 취임 이후 읍면 단위 소규모 수의계약사업을 군청에서 직접 처리하는 방침을 정했다. 수의계약사업이 읍면 단위로 교부되면 ‘접대’와 ‘뒷돈’ 같은 공직비위 발생 여지가 높기 때문이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손태영 의장을 비롯한 무소속 의원들과 기자와의 면담자리에서 한 군의원이 예산 삭감 이유를 묻는 질문에 무심코 내뱉은 솔직한 말이 있었다. “2000만원 이하 소규모 수의계약사업을 군청에서 다 가져가서 처리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 읍면으로 교부해달라고 집행부에 건의했는데 2020년 예산편성을 보니까 읍면 수의계약 사업이 더 줄어들었다” 이번 사태는 읍면 수의계약사업을 뺏어간 군수에 대한 무소속 의원들의 ‘반감 표출’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호철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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