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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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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740) 제25화 부흥시대 50

“내일은 세검정에 가요”

  • 기사입력 : 2019-12-30 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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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츠코가 일본으로 밀항을 한 뒤에는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이상의 여자 나츠코예요. 홍콩에서 박민수씨를 만나 이상에 대한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어요. 한국은 전쟁 중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건강하시다니 기쁘기 짝이 없네요. 저는 오사카에서 아들과 함께 아동 의복을 제조하고 있어요. 홍콩에 수출을 하게 되어 왔는데 박민수씨를 만났어요. 박민수씨와 계약을 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이상 소식을 들었어요. 소식을 들으니 너무나 행복하네요. 홍콩에 오시지 않겠어요? 저는 홍콩에 두 달 정도 머무를 예정이에요.

    나츠코의 편지를 읽은 이재영은 감동했다. 이재영은 나츠코를 만나기 위해 홍콩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박민수에게 홍콩으로 갈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여권을 준비하는 등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밀항을 할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나츠코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여보. 내일은 세검정에 가요.”

    저녁에 미월의 요정으로 가자 그녀가 부채질을 해주면서 말했다.

    “세검정에는 왜?”

    이재영은 미월의 무릎을 베고 누웠다.

    “거기 계곡이 아주 좋아요.”

    “계곡에 놀러가자는 거야?”

    “세검정에 아흔아홉 칸짜리 집이 있어요. 옛날에 대원군이 살던 집이래요.”

    “대원군이 살던 집? 대원군은 안국동에서 살았다고 하던데… 운현궁이라고 부르잖아?”

    운현궁은 미월의 요정에서도 가까웠다.

    “별장이에요. 석파정이라는 정자도 있어요. 소풍 가는 셈 쳐요. 그거 살려고 해요. 이미 계약금도 지불했어요.”

    “세검정에 갔다가 왔어?”

    “며칠 전에 다녀왔어요.”

    이재영은 미월이 요정을 하나 더 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흥선대원군 이하응은 고종황제의 아버지다. 석파란이라는 그림을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 내일 가보자고.”

    이재영은 모처럼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이재영은 이튿날 아침을 먹은 뒤에 기생들 몇을 데리고 세검정으로 갔다. 날씨가 후텁지근했다. 대원군의 별장 주인은 60대의 노인이었다. 20대의 젊은 여자와 함께였다. 충청도 갑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사람으로 젊은 여자는 첩이라고 했다.

    이재영은 별장을 둘러보았다. 골짜기에 있어서인지 별장은 폭격을 당하지도 않고 잘 가꾸어져 있었다. 행랑채는 ㄷ 자 모양으로 늘어서 있고 본채는 안방과 건넌방, 그리고 커다란 대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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