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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송구영신(送舊迎新)-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19-12-30 20: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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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60년 만의 ‘황금 돼지해’라며 들떴던 한 해도 시나브로 종착역이다. 지난 세월에 대한 공허와 새해의 기약 없는 희망이 교차하는 송구영신(送舊迎新) 갈림길이다. 엄밀하게는 낡거나 새로운 시간을 규정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그저 쉼 없는 영겁 속 찰나에 불과하다. 매일 똑같은 해가 뜨고 지는데 유독 시간을 구분한 건 삶에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편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희망을 이어가려는 욕망의 산물이다.

    ▼월력(月曆)은 무상한 권력의 변천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고대 중국에선 왕조가 바뀔 때마다 세수(歲首)로 삼는 정월이 달랐다. 새 왕조는 정월 첫날인 설을 바꿔 전 왕조의 흔적을 지웠다. 하(夏)나라는 지금의 음력 정월인 인월(寅月)을 세수(歲首)로 삼았지만, 은(殷)나라와 주(周)나라는 섣달과 동짓달인 축월(丑月)과 자월(子月)을 각각 한 해 시작으로 정했다. 로마 시대는 3월인 마치(March)가 정월이었다.

    ▼한때 새로웠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낡는 게 섭리다. 돌이켜보면 지난날이 한 점 부끄럼 없기는 어렵다. 삶은 아쉬움으로 점철된 후회의 연속이다.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끊는 인위적 계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1달, 1년은 자기 위안을 위한 망각의 시간 묶음이다. 새롭게 거듭나도록 지난날과 단절 명분을 제공한다. 잊고 싶은 기억은 지난해라는 망각의 강에 흘려 보낸다.

    ▼과거는 미래를 준비하는 마중물이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 각오는 늘 새롭다. 조지훈 시인은 ‘원단(元旦) 유감-캘린더의 첫 장을 바라보며’에서 쉼없는 자기수양을 새해 다짐으로 삼았다. ‘오직 삶과 죽음만을 생각하면서 올해도 삼백예순 날이 흘러가리라/천도의 순환은 무왕불복(無往不復)이라 하나(중략) 가는 자는 세월뿐/천행의 건(健)함이여/군자는 마땅히 그 자강불식(自强不息)을 본받을진저!’ 새해 다잡아야 할 마음가짐이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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