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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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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푸석돌 고르면 기회 또 놓친다-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9-12-30 20: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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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마지막 날이다.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겠냐만은 올해는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던 해인 것 같다. ‘먹고살 만하다는 소리를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는 것이 송년회 단골메뉴라고 하니 어려움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때보다 더 막막하다고 아우성이다. 미숙한 정책에 데인 생채기가 곪아가고 있는데 민초들의 삶은 불황에 또 밟혀 눈물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혹시나 좋은 날이 올까 기다렸지만 한숨만 나오고 이런 와중에도 기해년은 저물어 가고 있어 야속하기만 하다.

    집을 지을 때 먼저 주춧돌을 들여다 놓는다.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주춧돌이기 때문이다. 마을 어귀에 돌탑을 쌓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장 넓적하고 튼튼하게 보이는 주춧돌을 맨밑에 놓아야 탑을 높게 쌓을 수 있고, 오랫동안 소망 위에 소망을 올려놓는 돌탑 쌓기를 할 수 있다. 바닥에서 온갖 풍파를 겪지만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도 주춧돌이다.

    대한민국의 주춧돌은 민초들이다. 정화수 떠놓고 소망에 소망을 얹은 그들 덕택에 수십년 넘게 탑을 쌓았고, 태풍이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얄궂은 ‘정치 바람’에 주춧돌이 흔들리고 있다. 이념 갈등에 민초들의 등이 갈라지고 그 틈 사이로 ‘정치꾼’들이 파고들어가 서로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을 만큼 자꾸만 틈을 벌여놓고 있다.

    이런 세태를 비판하듯 전국 대학 교수들이 2019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 서로가 생각하지만 실은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다. 정치·이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 10명 중 9명이 진보와 보수 간의 갈등이 크다고 인식하는 등 극한 대립으로 인한 국론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방편으로 전략적 극단주의를 통해 지지를 호소하다 보니 정치·이념 양극화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우리 속담이 있다. 공을 들여 쌓은 탑은 무너질 리가 없다는 말로 힘과 정성을 다하여 한 일은 반드시 그 결과가 헛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정치 세태를 보면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다. 아니 무너뜨리고 새로 쌓고 싶은 게 민초들의 솔직한 심정일지도 모르겠다. 모가 난 돌은 엎어버리고 누구에게나 등을 내어주면서 따뜻하고 ‘찰진 돌’을 모아 차곡차곡 다시 쌓는 게 이념갈등을 해소하는 더 빠른 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출발점으로 다가오는 경자년을 주목한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예비후보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입지자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푸석돌’ 잡으면 ‘금자탑’ 쌓을 기회를 또 놓친다는 걸 유권자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두 눈을 부릅뜨고 주춧돌을 지탱해 줄 ‘화강암’을 골라야 한다. 민초들이 깨어 있어야 대한민국을 다시 한 번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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