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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태산명동서일필- 이종훈(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0-01-02 20: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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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자년 쥐띠 해가 밝았다. 경자년의 경(庚)은 십간(十干)의 일곱 번째, 방위로 서쪽, 오방색으로 흰색에 해당되면서 흰 쥐띠 해로 불린다. 십이지의 첫머리인 자(子)를 상징한다. 쥐는 우리 생활에 끼치는 해는 크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는 본능이 있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이다. 몸집은 작지만 지혜만큼은 그 어떤 동물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재물, 다산, 풍요 기원을 상징하며 특히 흰 쥐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생존력까지 뛰어나 우두머리 쥐로 꼽힌다.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쥐’를 놓고 야단법석이다. 검찰이 조국 전 장관을 뇌물 수수 등 11개 죄목으로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나 옹색하다”며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었다”는 입장을 내놓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드디어 청와대마저 미쳤다”고 맞받아치면서 청와대와 진보논객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말은 태산을 울리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움직이는데 나타난 것은 고작 쥐 한 마리. 요란하게 일을 벌였으나 별로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쥐띠 해에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조 전 장관이 기소돼 곧 재판을 받을 상황인데 청와대에서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고사성어까지 인용하면서 조 전 장관을 변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

    ▼조 전 장관 혐의를 봐도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증거은닉 등인데, 그것을 ‘옹색하다’며 치부하는 것은 국민들의 도덕적인 기준이나 법 상식에도 어긋난다. 이번 사건이 ‘쥐 한 마리’가 될지 ‘태산’이 될지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이다. ‘조국 사건’으로 찌든 기해년은 땅에 묻고 희망이 넘치고 기회도 많은 풍요로운 경자년이 됐으면 한다.

    이종훈(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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