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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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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칭찬은 과거 보상보다 미래를 위한 예언!- 이인경(인제대 교수)

  • 기사입력 : 2020-01-07 20:2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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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에서 교육현장에서 칭찬의 중요성을 열심히 강의하고 있을 때였다. 어떤 교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들었다. “교수님, 하지만 아무리 칭찬을 해주고 싶어도 도무지 눈곱만큼도 칭찬할 게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합니까?” 주변에서도 웅성웅성 동조의 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교사들이 교실에서 겪는 어려움을 짐작케 하는 상황이었다.

    옛날 어느 고을 원님이 마을의 유명한 효자를 불러서 효행을 칭찬하고 보리쌀 닷 말을 상으로 주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욕심 많은 불효자가 이 소식을 듣고 배가 아파져서, 별것도 아닌 놈에게 보리쌀을 상으로 주었다며 동네방네 불평을 하고 다녔다. 그런 소문을 전해 들은 원님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가운데 그 불효자를 불러다놓고 말하였다. “내가 미처 너의 어진 효행을 살피지 못하여 상 주는 것을 잊었더구나. 이제라도 쌀 닷 말을 내리니 계속 성심껏 효도하도록 하라!” 원님의 황당한 처사가 이상했지만 고을사람들은 무슨 일인지 지켜보기로 했다. 쌀자루를 어깨에 짊어진 불효자는 신이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로 동네사람들은 그를 ‘쌀 닷 말 받은 효자’라고 부르며 그가 어떤 숨은 효행을 했기에 그런 상을 받게 되었는지 알고 싶어 하였다. 이제는 사람들의 이목이 무서워서 예전처럼 못된 짓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 불효자는 결국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그만두게 되었고, 사람들이 자신을 ‘쌀 닷 말 받은 효자’라고 불러주는 게 듣기 좋아서, 마침내 보리쌀 닷 말 받은 효자보다 더 훌륭한 효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학생들은 성장해 가는 중이다. 현재의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그의 미래까지 그렇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현장에서의 ‘칭찬’은 과거에 대한 보상보다 미래를 위한 격려와 축복의 예언이 되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함께 갖고 있다. 단점보다 장점을 먼저 찾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칭찬을 후불로만 하려고 들면 좋은 교육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선불로 해주는 칭찬이 기적을 일으킨다.

    이인경(인제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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