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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결혼이주여성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 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1-07 20: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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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외국인 주민은 주민등록인구의 4%이다. 외국인 주민은 90일 이상 체류하는 이주배경을 지닌 결혼이민자, 외국인근로자, 유학생, 동포 등을 포함한다. 이중 다문화가족은 부부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을 지니고 가정을 이룬 가족을 칭한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발표한 다문화가구원 수는 100만을 넘었다.

    지난 2일 김해에서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24살 A씨가 태어난 지 2주 된 딸을 안고 아파트 고층에서 뛰어내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119구급대가 모녀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딸은 숨지고 A씨는 중태에 빠졌다고 한다. 가정폭력이 아니라 다행이다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더 이상 안타까운 죽음은 없어야 한다.

    국회의원 정춘숙의원실에 의하면 2013년부터 5년간 국내에서 발생한 이주여성 살해 사건은 9건이고, 이 중 가해자는 대부분 한국인 배우자였다. 그리고 지난해 SNS를 통해 알려진 남편에 의한 베트남 이주여성폭력 사건이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자 법무부는 지난해 결혼이민자의 피해 지원과 안정적인 국내 정착 지원을 위한 ‘결혼이민제도 개선안’을 마련하여 발표했다. 결혼이주민을 위해 귀화 처리 기간을 줄이겠다고 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법무부의 개선안은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최소한의 안전과 보호 장치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혼이민자에게 안전장치의 기본은 체류안정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개선안에서 폭력피해 이주여성의 체류안정에 관한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결혼 전 비자 발급 단계에서는 ‘혼인의 진정성’을 판단하고, 이후 입국한 결혼이주민에게는 안전한 체류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제도는 폭력피해로 이혼을 하거나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이주여성 스스로 입증하여 배우자가 유책임을 판결받아야만 한다. 한국인 배우자가 있어 면제되는 귀화적격 시험도 봐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로 인정되어 체류연장을 최대 3년 부여받아도 그 판단의 기준은 혼인의 진정성이고 자녀의 유무에 달려 있다. 자녀가 있을 경우 체류연장이 용이하고, 귀화 심사 기간도 짧아지며, 협의 이혼하더라도 양육이나 면접교섭권을 이유로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자녀가 없는 경우는 그 자체로 불이익을 받는다. 결혼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에 저출산·고령화에 기여하는 바는 확실하지만 출산이 그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하며 이주여성을 출산도구화하는 것은 성인지감수성이 거의 바닥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위험한 생각이다.

    결혼이민자의 폭력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한국어 교육과 심리·정서적 지원 체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정보도 제공돼야 하겠다. 경남에는 지자체별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설치돼 있지만 좀 더 적극적인 홍보도 해야겠다.

    아울러 상업적 국제결혼중개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단속도 요구된다. 상업적 광고는 이주여성의 인권을 유린하고 국제결혼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고착화시킨다. 국제결혼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2000년대 중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던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국제결혼중개업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국제결혼을 상업적 결혼과 동일시하는 왜곡된 시선도 전환되어야 한다.

    경남의 다문화가구원 수도 7만에 이른다. 1900년대의 한국의 이민사를 말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이주민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잘 자리매김하도록 선주민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시간이다. 다문화가족에 대한 ‘관심은 더하기, 사랑은 곱하기, 고정관념은 빼기, 왜곡된 시선은 나누기’를 실천으로 더 이상 어떠한 이유로도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

    승해경(경남다문화가족지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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