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1월 24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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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공무원 곽선옥, 무대에 서면 '샤론'이 된다

직장선 곽선옥, 무대선 샤론…“묵혀 둔 가수 꿈 이제 이뤘죠”
어릴 적 아버지 유별난 노래사랑 덕분
자연스레 흥얼흥얼 노래와 친해져

  • 기사입력 : 2020-01-09 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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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have dream, a song to sing, To help me cope with anything.

    나는 꿈이 있어요. 부를 노래가 있죠. 노래는 그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게 해줘요.

    If you see the wonder of a fairy tale, You can take the future even if you fail.

    동화 속 이야기를 믿는다면 실패한다 해도 미래를 꿈꿀 수 있어요.

    I believe in angels, Something good in everything I see.

    나는 천사를 믿어요. 내가 보는 모든 것에 좋은 게 있어요.

    I believe in angels, when I know the time is right for me I’ll cross the stream. I have a dream

    나는 천사를 믿어요. 나를 위한 때가 왔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냇가를 건널 거예요. 난 꿈이 있어요.〈ABBA의 I have a dream 중〉


    2020년이 시작되는 1월, 많은 사람이 새로운 희망과 꿈과 행복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이번 생에 꼭 이루고 싶은 꿈 하나쯤 가슴에 품고 있고 그 꿈은 하루 또 하루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세상의 수많은 꿈 중 노래하며 사는 꿈을 이룬 공무원 곽선옥(49·여)씨를 만나 그만의 소박한 ‘Dreams come true story’를 들어봤다.

    곽선옥씨가 경남도청 후생복지관의 통기타 동아리 ‘소리모아’ 연습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곽선옥씨가 경남도청 후생복지관의 통기타 동아리 ‘소리모아’ 연습실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꿈 많은 남해소녀, 가수를 꿈꾸다= 그의 어린 시절 집안 풍경에는 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대중가요가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었다. 부친의 유별난 노래 사랑 덕분이었다. 늘 돌아가는 카세트에서 나오는 노래들은 어린 선옥씨에게도 친근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어느새 흥얼흥얼 노래와 친해졌고 자연스럽게 그는 노래에, 노래는 그에게 스며들었다. 노래가 재미있다고 느낀 것은 중학생이 된 열네 살 선옥씨가 마을 노래대회에서 상을 타면서부터였다. 첫해에는 2등, 이듬해에는 1등을 하며 노래 부르기에 보다 재미가 생겼다.

    고등학생이 된 후 노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기타를 접하게 되면서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처음 꾸기 시작했다. 기타를 치는 과학선생님의 멋진 모습에 반해 ‘기타를 배워볼까’ 하고 마음이 동했는데 막상 기타를 연주할수록 그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동네 친구의 기타를 빌려 독학에 나섰다. 소풍, 학교행사에 기타를 메고 다니며 연주하고 노래를 불렀다. 그런 선옥씨의 모습을 본 사촌오빠가 그에게 생애 첫 기타를 선물했고 가수를 향한 꿈도 더욱 깊어졌다.

    “잠도 안 자고 밤낮 없이 기타를 안고 살었어요. 그때부터 ‘대학만 가면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에 꼭 나가야지’ 하고 꿈을 꿨죠.”

    대학 진학 후 기타 동아리에 들어 연주와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작곡·작사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지방에서 창작곡을 받아 가요제에 나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동아리 공연, 이웃 대학의 축제, 지역 라디오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가던 중 고향 남해에서 열린 제1회 화전가요제에 출전했다. ‘곡예사의 첫사랑’을 멋드러지게 부른 21세 가수지망생은 그날 대상을 수상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여서 예심을 3번이나 봤어요. 남해공설운동장에 가득 모인 사람들 앞에서 노래했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그땐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에 겁도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했을까 싶거든요.”

    지난해 열린 제19회 마산국화축제 행사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곽선옥/
    공연 중인 곽선옥 씨.

    ◇취업, 결혼, 육아로 접힌 꿈, 다시 펴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는 게 좋았지만 가수가 되는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곧 결혼과 출산이 이어지며 그의 꿈은 단절되고 말았다. 결혼 후 첫 생일에 남편으로부터 선물받았던 생애 두 번째 기타는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하고 숨겨둬야 했다.

    잠자던 기타가 다시 깨어난 것은 십수년이 흐른 2011년이었다. 그해 7월 도청에서 근무하던 선옥씨는 음악을 사랑하는 동료와 함께 통기타 동아리 ‘소리모아’를 만들었다. 기타와 노래를 사랑하는 열정으로 창단 후 매년 정기공연을 열고 있고 도청 내 다양한 행사의 축하무대, 식전공연 등에 서고 있다.

    소리모아 활동은 잠자고 있던 선옥씨의 기타와 함께 오랜 잠에 빠져 있던 ‘노래하고 싶은 그의 꿈’도 깨웠다. 꿈이 깨어나길 기다렸다는 듯이 때마침 새로운 기회도 찾아왔다. 직장에 노래·연주활동까지 해내려면 시간이 빠듯했지만 무엇보다 노래하는 즐거움을 알기에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과 후, 주말·휴일 시간을 쪼개 2개의 직장인밴드(GG밴드·즐거운기타)에서 보컬, 기타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GG밴드 멤버들은 제가 편한 시간에 연습할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주고, 즐거운기타 멤버들은 일이 너무 바빠 거절했던 저를 설득하려고 휴가지까지 악기를 들고 찾아왔어요. 함께 즉흥 버스킹을 하면서 ‘아, 노래하니 좋구나’ 깨닫게 됐고 함께 활동하게 됐어요.”

    평가받거나 경쟁하지 않고 즐기는 음악을 하면서 팍팍하던 직장생활에 활력이 돋기 시작했다. 몸은 피곤하지만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을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삶의 새로운 행복이 됐다.

    음악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는 업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선옥씨가 몸담고 있는 부서의 역할로 경남도가 ‘2019년 비상대비 확립 유공 최우수기관’에 선정돼 지난해 연말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저한테 음악은 가장 즐거운 스트레스 해소법이에요. 업무로 스트레스 받고 힘들다가도 음악을 할 때는 거기에만 집중하면서 노래를 막 하니까 그 순간만큼 정말 행복하고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버려요.”

    지난해 열린 제19회 마산국화축제 행사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곽선옥/
    공연 중인 곽선옥 씨.

    ◇소박하지만 소중한 나의 꿈= 무대에 서는 순간 그는 공무원 곽선옥에서 가수 샤론으로 완벽 변신한다. 직장인밴드 활동을 하면서 공연하는 범위가 넓어져 창원 일대에서 버스킹이나 소규모 공연도 계속 해왔고 특히 2019년에는 창원에서 열린 어시장축제와 가고파국화축제에 당당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밴드, 즐거운기타의 멤버이자 가수로 무대에 섰다. 최근에는 지역의 요양원이나 경로원 등을 찾아가 무료공연도 했다. 지금은 2020년 무대 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 위한 래퍼토리를 구성하고 연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19회 마산국화축제 행사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곽선옥/
    지난해 열린 제19회 마산국화축제 행사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곽선옥/

    어린 시절 꿈꾼 것처럼 TV에 나오는 크고 화려한 무대 위 가수는 아닐지라도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순 없다. 그는 동료, 밴드 멤버들과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신나게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지금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행복해요. 사람들은 제게 ‘노래 잘해 좋겠다’, ‘꿈을 이뤄 부럽다’고 하지만 이 행복은 누구든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마다 잘하는 게 있고, 꿈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꿈을 이룬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거창하진 않아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릴 적 꿈을 이룬 샤론, 곽선옥씨는 말한다. 꿈을 꾸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꿈이 현실이 되는 마법 같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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