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우리나라 대학을 개혁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 백자욱(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사입력 : 2020-01-12 20:18:48
  •   

  • 미래생존게임의 질서가 어떤 모습을 띠게 될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차지하는 대한민국 국가 경제력은 점점 뒤처지고 있다. 기술변화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4차 산업의 출발점에서 누가 먼저 첨단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느냐가 확실한 미래선진국으로 진입하느냐 못하느냐의 관건이 된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미래 성장엔진의 핵심은 대학교육의 질((質)에 달려있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대학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미국 대학을 우선 둘러보자.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2020년 U.S.News에서 세계 톱 50 베스트 대학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미국 대학이 하버드를 1위로 하여 30개나 포함돼 있다. 나머지는 싱가포르 대학, 칭화대학도 있지만 우리가 자랑하는 서울대는 128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 오는가? 첫째는 대학 간 또는 대학과 산업 간의 자리 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두 번째는 능력에 따른 충분한 성과 연봉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대학 간 교수들의 자리 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고, 두 번째는 현 대학에서 정년보장을 받지 못해서다. 보통 미국 대학에서 처음 교수로 임용될 때는 테뉴어 트랙 조교수로 임용이 되고 임용기간은 보통 6년이 주어진다. 5년차 말에 그 동안의 실적을 토대로 정년보장심사위원회에서 정년보장 여부를 결정해 본인에게 통보를 해준다. 이 경우 능력이 있는 사람도 떠나고 능력이 없는 사람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전자는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이직을 하는 것이고 후자는 능력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하는 것이다. 테뉴어를 받지 못하고 떠나는 비율은 50%가 넘는다. 이 경우는 또다시 6년의 정년보장 조건부 교수로 취업을 해야 하고 정년보장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국 대학은 끊임없이 교육·연구·봉사 활동이 이루어지고, 이런 분위기가 대학산업 전체로 번져가면서 높은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학교수 임용은 어떤가? 한 번 자리를 잡으면 평생직장으로 여긴다. 대학 간 교수들의 자리 이동은 물론이고 기업에서 대학으로, 대학에서 기업으로의 이동도 거의 없는 편이다.

    미국 대학의 높은 경쟁력의 두 번째 이유는 성과급에 따른 연봉제에 있다. 젊은 신임교수의 연봉이 노(老)교수보다 많은 경우도 허다하고, 공대나 경영대 교수의 연봉은 인문대나 사회대 교수보다 월등히 많다. 그 이유는 신진 분야에서 인정받는 교수를 초빙하기 위해서는 높은 연봉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높은 연구실적과 우수한 강의실적은 반드시 연봉으로 이어지도록 제도화돼 있기 때문에 능력 있는 교수들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대학의 경쟁력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연봉은 거의 호봉제로 되어 있고 공대나 인문대 할 것 없이 한결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니 한 번 교수로 임용되면 자리 이동도 연봉의 변화도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열심히 해야 하는 인센티브가 없어지는 것이다. 고인 물에서는 모든 게 썩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우리나라 대학이 세계평가에서 상위권에 위치하는 기사를 보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엄격한 테뉴어 제도와 성과급제를 대학 전체에 일괄 적용하기가 어렵다면 톱10 대학만이라도 적용해본다면 지금과는 확 달라질 대학평가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대학경쟁력의 제고 없이는 미래 성장엔진의 원동력이 될 4차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이제 대학을 개혁해야 한다.

    백자욱(창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